"맞춤법 몰라도 SW가 고쳐줘요"

중앙일보

입력

서울 논현동 한컴벤처타워 5층에 있는 한글과컴퓨터 사무실 한 켠.

각종 프로그래밍 서적과 컴퓨터로 가득찬 다른 부스와 달리 이곳에는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부터 언어학 국제논문까지 언어 관련 책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한컴이 지난 10월 국어국문과 출신 3명으로 신설한 '국어연구팀'이다.

양충공(33) 팀장은 "프로그램을 직접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 쓰는 말이 '아래아 한글'에서 자연스레 표기되도록 하는 연구활동이 우리 업무"라고 소개했다.

구체적으로는 맞춤법.띄어쓰기.높임법.유의어 등이 문법과 언어습관에 맞는지 '아래아 한글'이 검사해 가려낼 수 있는 기준을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이 팀의 이경재 대리(31)는 "아래아 한글 사용자가 맞춤법을 잘 모르더라도 SW의 도움을 받아서 어렵지 않게 '국어생활'을 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새로 등장한 시사용어를 정리하는 일도 하고 있다.

이대리는 "일반적으로 널리 쓰이는 단어들도 국립국어연구원이 시사용어로 인정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면서 "신문이나 잡지 기사 등을 참고해 이미 널리 쓰이는 단어를 SW가 인식하도록 그때그때 정리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포켓몬'이란 단어는 아직 국립국어연구원의 '시사용어'로 인정되지 않아 이를 원용한 '아래아 한글'의 맞춤법 검사를 사용하면 '틀린 단어'로 인식된다고 한다.

그러나 국어연구팀은 개발팀과 협의해 '아래아 한글'이 이 단어를 '맞는 단어'로 인식하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양팀장은 "이제는 문맥의 앞뒤관계, 높임법까지 분석해 제대로 된 문장을 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검사기를 만드는 것이 아래아 한글의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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