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웃고' 통신주 '울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0월말이후 상승세를 주도하며 줄기차게 오르던 정보기술(IT)주들이 최근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삼성전자 주가는 연일 뜀박질하고 있다.

상승국면에서는 '무늬만 IT주'도 많이 올랐지만, 앞으론 실적에 따른 주가 차별화가 예상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 잘나가는 삼성전자=IT주중에서도 삼성전자 등 반도체주의 약진이 돋보인다. 삼성전자는 18일 종합주가지수가 하락세로 돌아섰는데도 강한 상승세를 이어갔다. 고정거래 가격 인상 덕분이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이달초 고정거래 가격을 15~20%가량 인상했다. 그런데 불과 2주일만에 하이닉스가 지난 17일 또 다시 고정거래 가격을 10~20% 올렸고, 삼성전자는 대형 거래선과 가격인상을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

특히 비수기에 접어든 시점에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고정거래 가격을 인상하자, 내년 1분기 D램 가격이 크게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쑥 들어갔다.

1백28메가 DDR(더블 데이터 레이트)D램은 지난달초에 비해 1백33%가량 올랐다.

삼성전자는 현재 DDR D램시장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대우증권 전병서 부장은 "비수기에 이처럼 값이 급등한 점을 감안할 때 내년초 반도체주는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삼성전자는 핸드폰과 초박막액정 표시장치(TFT-LCD)에서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골드먼삭스는 최근 "삼성전자가 핸드폰 부문에서 좋은 실적을 거두고 있다"며 연간 핸프폰 판매 예상치를 종전의 8백20만대에서 9백30만대로 상향 조정했다. 이와 함께 골드먼삭스는 삼성전자에 대한 12개월 목표주가를 42만원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3분기이후 TFT-LCD 출하량도 크게 늘어났다. 미국의 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3분기 전세계 출하량은 당초 예상치보다 45만대 늘어난 5백21만대를 집계됐다. 또 4분기 출하 예상치는 종전의 5백34만대에서 6백62만대로 높아졌다.

◇ 다른 IT주는 당분간 숨고를 듯=그동안 IT주들은 재고조정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으로 껑충 올랐다.

그러나 오러클 등 미국 주요 IT업체들의 실적이 예상치를 밑돌자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또 기초 여건(펀드멘털)이 좋은 한국통신.SK텔레콤.KTF 등 통신서비스주들은 최근 주가가 너무 많이 올랐고, 외국인 지분 한도가 많이 찼다는 점이 악재가 되고 있다. 이중 SK텔레콤은 일본 NTT도코모에 지분을 매각하기 위한 협상이 사실상 결렬된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래에셋 박만순 이사는 "내년 상반기쯤으로 예상되는 재고조정 기대감이 이미 IT주가에 반영됐다"며 "내수가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현재 상황을 감안할 때 내수관련주들이 당분간 시장수익률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희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