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밋빛 점치기엔 콘텐츠 부족 심각 '디지털 방송'

중앙일보

입력

올해는 방송도 디지털 시대로의 본격 돌입을 선언한 해였다.

종전에는 방송국에서 보내주는 영상을 시청자들이 수동적으로 받아들였으나 디지털 방송은 시청자가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고 인터넷.쇼핑몰.무선 통신과 연계되기 때문에 미디어 환경이 과거와는 달라지게 된다.

디지털 방송의 첫 신호탄은 지상파 방송국들의 HD(고화질) TV 제작이었다. 지난 11월 SBS가 HDTV 방송을 송출한 이래 KBS.MBC 등 타 지상파 방송들도 가세했다.

HDTV 방식은 화면과 사운드가 영화에 맞먹을 뿐 아니라 앞으로 인터넷.무선 통신 등과 방송을 결합하는 데 필수적이다.

하지만 방송 설비 예산이 많이 들고 제작 단가가 높을 뿐 아니라 이를 시청하기 위해서는 2백만원이 넘는 고가의 수상기를 구비해야 한다.

따라서 일부에서는 HDTV 방송의 정착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HDTV 방식을 택하지 않고서는 디지털 방송이 가능하지 않은 만큼 시기와 방법이 문제일 뿐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편 위성디지털방송은 완전한 디지털 방송으로 가는 중간 다리다. 당초 올해 안에 본방송을 내보내려고 했으나 준비가 안돼 내년 3월로 연기됐다.

위성디지털방송을 시행하는 스카이라이프측은 위성방송 수신에 필요한 셋톱박스의 제작이 원활치 않은 점을 연기사유로 내세우고 있으나 방송가에서는 1백개에 가까운 채널을 채울 콘텐츠, 즉 프로그램 공급에 문제가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위성디지털 방송은 무궁화위성을 이용해 각 가구에 송출하기 때문에 난시청지역이 거의 없고 채널 수도 기존 지상파보다 훨씬 많이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위성디지털 방송 출범과 관련해 올해 가장 논란이 됐던 점이 지상파 방송의 재전송 문제였다.

SBS.MBC가 내보낸 프로그램을 위성디지털방송에서 다시 방송한다는 방침에 대해 지방 방송국들이 반발한 것이다. 지상파 재전송 문제는 2년간 유보하는 것으로 결론났지만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는 셈이다. 이처럼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내년엔 이익단체별로 요구들이 분출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은 과거 국가가 장기적 전망에서 방송 정책을 세우지 못한 점이 문제를 꼬이게 하고 있다. 시장에 대한 고려 없이 지역민방이나 케이블 방송국 등을 허가한 게 오늘과 같은 복잡한 상황을 초래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는 것이다.

위성디지털방송의 출현은 방송계뿐 아니라 시청자들의 영상소비 방식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프로그램 채널수에서 지상파.케이블 방송을 압도할 뿐 아니라 디지털 부가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면 그 파급효과가 커질 것이다. 시청자들은 수많은 채널 속에서 어떤 프로그램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그래서 시청자를 대상으로 한 미디어 교육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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