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트루시에, 자서전 통해 축구 철학 피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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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축구대표팀의 필리페 트루시에(46.프랑스)감독이 오는 26일 출판 예정인 자서전 「열정(Passion)」(일본방송출판협회 刊)을통해 축구에 관한 자신의 경험과 철학을 피력했다.

프랑스 스포츠전문지 레퀴프(L'equipe) 일본특파원이 장시간 인터뷰를 갖고 재구성한 이 책은 트루시에 감독이 일본이라는 생소한 문화 공간에서 대표팀 강화를 위해 전력을 쏟는 `투쟁의 궤적'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지난 98년 프랑스월드컵이 끝난 직후 취임한 트루시에 감독은 처음부터 대표팀 선수들과 한마음이 된 것은 아니며 서로 인간관계가 성숙되기까지는 수많은 충돌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특히 플랫수비진 3인방 가운데 한 축을 맡고 있는 모리오카 류조(시미즈)는 트루시에 감독의 취임 초기에 '팀에서 의식적으로 균열을 일으키는 문제아의 하나'로 분류됐다.

트루시에 감독은 "우리 둘은 자만심과 자존심에 가득 차 거칠 것이 없는 숫양처럼 서로 노려보았다. 모리오카는 내 말은 듣지 않고 힘을 겨루려 했다"며 당시 상황을 술회했다.

작년 시드니올림픽과 아시아컵대회 등 많은 우여곡절을 거쳐 올해 컨페더레이션스컵과 기린컵대회에서는 모리오카가 비로소 "조직의 힘을 중시하고 감독의 지시를 이해해 주는" 팀의 리더로 성장했다고 자서전은 소개했다.

같은 '반항아' 대열에 올랐던 나나미 히로시(이와타), 오노 신지(페예누르드),나카무라 순스케, 나쓰다 나오키(이상 요코하마) 등과도 많은 갈등을 겪었으나 스스로의 노력 끝에 현재는 강력한 조직력을 발휘하는 선수들로 성장했다.

99년초부터 20세 이하팀, 올림픽팀, 국가대표팀 등 3세대 대표를 차례로 지휘한 트루시에 감독은 팀 구성의 기본으로 '집단으로서 완벽하게 기능하는 조직을 만드는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또한 대표 선수가 갖춰야할 중요한 덕목으로 인간성을 꼽는 것도 잊지않았다.

준우승을 거뒀던 99년 청소년대회 기간에는 나이지리아 북부의 고아원에 선수들을 이끌고 방문하기도 했다.

또 지난해 아시아컵에서는 선수가 아닌 한명의 인간으로서 포연에 휩싸인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거리를 체험토록하기 위해 하룻밤을 마음대로 행동하도록 선수들에게 배려, 인간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했다.

6형제의 장남으로 자란 소년시절과 부모의 이혼, 그리고 아내에 관한 일 등 사생활에 관한 에피소드도 곁들였으며, 21세에 프로선수가 돼 대학에 다니면서 선수생활을 계속한 일, 운동요법사 자격을 취득하고, 은퇴후 지도자로서의 재능을 꽃피워간 과정도 상세하게 그려져 있다.(도쿄=연합뉴스) 고승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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