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아마야구회장, 이제는 물러날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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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구의 모태인 대한야구협회가 끝모를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올초 일선 감독들의 부정입학 관련 파문과 아마심판들의 축승금 수수에 이어 최근 고익동 회장의 독선적인 파행 인사까지 물의를 빚어 국회 문화관광위에서 진상조사에 나서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밝혀진 지난 10월 대의원총회의 진행과정은 와해 위기에 직면한 협회의 실상을 낱낱이 전달해주고 있다.

당시 고익동 회장은 일부 대의원들의 추대속에 직무대행 꼬리를 뗐지만 반대파의 심각한 공격을 받으면서 금품수수 사실까지 일부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회의시간 내내 회장과 대의원사이에 욕설이 난무한 상황을 감안하면 과연야구협회가 정상적인 단체인지 조차 의문스러운 지경이다.

고회장은 지난 1월 사퇴한 정몽윤 회장의 뒤를 이어 회장 직무대행을 맡을 당시기자회견에서 6개월안에 협회 재정을 살찌울수 있는 능력있는 회장을 영입하고 계속문제가 되고 있는 심판비리는 깨끗이 척결하겠다고 공언했었다.

하지만 고회장은 1년을 보내면서 단 한가지도 지키지 못했다.

오히려 지난 5월 심판들의 축승금 파문이 발생했을 때 소신을 지켰던 심판이사는 해임했고 문제가 됐던 심판들을 신임하는 상식이하의 결론을 내렸다.

뿐만 아니라 부정입학 비리로 검찰에 기소된 사무국장은 자신의 측근이라는 이유로 최근까지 감싸안았고 급기야 협회 임직원들의 반대속에도 부적절한 인사를 부회장으로 영입하는 파행인사까지 감행했다.

야구협회를 자신의 개인회사로 여기지 않으면 도저히 벌일 수 없는 행태라는 것이 야구인들의 지적이지만 고 회장은 최근 사태에 대해 오로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고익동 회장이 동대문구장에 대해 최소한의 애정이 남아 있다면 깨끗이 용퇴하는 것만이 사태 수습의 지름길이 될 것이다.(서울=연합뉴스) 천병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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