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경제] 과거 통화동맹 사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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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나라는 고유의 화폐를 갖고 있어요.

자기 나라만의 돈을 찍는 데에는 몇 가지 큰 잇점이 있답니다. 돈을 찍는다는 것 자체가 돈을 버는 것일 뿐 아니라 나라 경제 전체를 관리할 수 있지요. 게다가 그 돈은 민족의 상징이 되고 외국 돈을 통제하는 수단도 됩니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여러 나라들이 이같은 잇점을 포기하고 돈을 함께 쓰려고 했답니다. 무역을 더 많이 하고 경제를 더 발전시키기 위해 통화동맹(Monetary Union)을 만들었던 것이지요. 때로는 강대국에 의존하기 위해 그 나라가 만들어주는 돈을 쓴 경우도 있어요.

1865년 당시 영국과 경제패권을 겨루던 프랑스는 처음으로 여러 나라들을 설득해 프랑이라는 돈을 함께 쓸 수가 있었답니다.

프랑스.벨기에.이탈리아.스위스가 만든 라틴통화동맹(LMU)이 그것으로 1926년까지 지속됐어요.

프랑스는 다른 생각도 했어요. 강대국들이 함께 만들면 세계가 따라 올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지요. 1867년 파리 국제 박람회에서 프랑스는 영국과 미국에 함께 돈을 만들어 쓰자는 제안을 했답니다. 세계 각국은 열렬히 환영했지만 저의를 의심했던 영국과 미국이 동참하지 않아 무산됐어요.

동등한 입장에서 돈을 함께 만든 경우도 있었어요. 1873년 스웨덴과 덴마크가 스칸디나비아통화동맹(SMU)을 창설해 크로네를 단위로 한 돈을 함께 만들어 썼지요.

2년 뒤에는 노르웨이도 가입했답니다. 아주 잘 운영되다가 1931년 세계공황으로 무너지고 말았어요.

통화동맹은 20세기 들어서도 이어졌답니다. 여러 종류가 있는데,대부분 강대국들이 소국을 경제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방편으로 쓰였지요. 이 중 몇 개는 아직도 있어요.

1922년 벨기에와 룩셈부르크는 경제연맹(BLEU)을 만들어 같은 화폐를 사용했었지요. 1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독일에 의존하던 소국 룩셈부르크는 대국 벨기에와의 관계를 강화하려 했던 것이예요. 룩셈부르크는 거의 전적으로 경제를 벨기에에 의존했답니다.

2차 세계대전 후 많은 개발도상국가들이 독립하자 선진국들은 통화동맹의 형식을 빌어 계속 이전 식민지 나라들을 영향권 아래 두려 했답니다.

60년대 프랑스는 아프리카 나라들을 묶어 같은 돈을 쓰게 했어요. 돈을 만드는 데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어요.

서아프리카 통화연합(CFA)과 중앙아프리카금융협력기구(CFAC)가 그것이지요.

영국도 마찬가지였어요. 1950년 영국이 만든 '카리브해 통화위원회'는 83년 동카리브해 여러나라의 중앙은행으로 아예 자리잡았답니다.

도미니카.그레나다 등 7개 회원국들은 지금도 영국의 경제정책을 그대로 수용하고 있어요.

이재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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