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퀴즈' 새 옷 갈아 입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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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이란 누가 뭐래도 소중한 유산이다. 그러나 철에 맞게 옷을 갈아 입는 것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일이다. 전통과 변화, 두 가지를 적절히 섞어 옛 명성을 되찾겠다."

다음달 18일로 방송 30주년을 맞는 EBS '장학퀴즈' 제작진의 새해 다짐이다. 이 말은 '장학퀴즈'의 대변신을 예고한다.

방송가에서 '장학퀴즈'는 기록의 산실로 통한다. 방송주체는 MBC에서 EBS로 바뀌었지만, 한 프로그램이 같은 제목으로 30년을 유지한 건 TV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다. 출연했던 고등학생들만 9천3백여명. 영화감독 이규형과 아나운서 한수진을 비롯해 송승환.이택림 등 유명 연예인들도 이 무대를 거쳐 갔다.

하지만 최근 '장학퀴즈'는 "아, 옛날이여"를 외쳐야 했다. 시청률이 떨어져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가라앉은 탓이다. 이에 '30'이란 상징적 숫자를 계기로 제2의 전성기를 일구겠다는 것이다.

제작진은 이를 위해 지적 경쟁이란 큰 틀은 유지하되 새로운 형태의 퀴즈를 선보일 계획이다. 우선 재치와 창의력을 테스트할 수 있는 문제 유형을 개발 중이다. 예를 들면 실험이나 놀이를 퀴즈에 접목하는 형식이다. 흥미를 유발하고 나이나 세대에 관계없이 지적 유희를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또 하나는 표현력과 논리력을 테스트하는 문제의 도입이다.

제작진은 요즘의 학생들이 똑똑하기는 하나 자기 의사를 분명히 표현하는 데는 서투르다고 보고 있다. 이런 단점을 퀴즈로 보완한다는 설명이다. 북핵.월드컵.환경 등의 핵심 주제어를 제시하고 30초 내에 단어를 연결해 논리적인 문장으로 만드는 문제가 한 예다.

제작진은 새 퀴즈 방식을 검증하기 위해 다음달 16일 30주년 특집 '전국고교 퀴즈대전'을 방영한다. 학생들의 지식.체력.끼 등을 종합적으로 겨루는 마당. 3명이 한팀을 이루는데, 팀원 중 지식이 뛰어난 학생이 예선의 첫번째 관문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체력이 강한 학생이 체력과 관련된 다음 관문을 뚫고 나가는 식이다.

마지막 관문은 팀원의 협조체제를 알아볼 수 있도록 서로 아이디어를 모아 창의적으로 접근해야 풀리는 문제로 구성된다.

김광호 담당 PD는 "학생들의 끊임없는 관심이 이 프로그램을 지탱해 왔던 힘"이라며 "그 열기와 에너지를 다시 띄우고 싶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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