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남' 벤 애플렉 매력 탐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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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기 바람처럼 자유로운 전형적인 아웃도어 아메리칸의 이미지를 넣어 벤 애플렉은 미국 히어로의 전형적인 계보를 잇는 배우로 성장하고 있다. 할리우드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여성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벤 애플렉의 매력 탐구.

'리쎌 웨폰', '백 투 더 퓨처'와 같은 영화를 보며 자랐고 최고의 영웅은 브루스 윌리스라고 생각하며, 예술 영화란 그저 시간 낭비에 지나지 않는 사치 놀음이라고 생각하던 한 소년이 있었다.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엔터테인먼트’와 관련된 일로 살아가는 일은 없을 거라고 장담하던 그 소년이 모두가 동경해 마지 않는 할리우드의 별, 그것도 1등성이 되어 있다. 그가 바로 섹시하며 유쾌하고 껄렁한, 전형적인 백인 미국청년의 이미지를 가진 벤 애플렉이다.

정말 툭 까놓고 얘기하라면 벤 애플렉은 할리우드의 대 스타들이 의례 갖추고 있는 ‘재능’과 ‘운’이라는 두 가지 페이소스 중 어느 한 가지도 완벽하게 갖추었다고 선뜻 말할 수 없는 인물이다. 그런 벤 애플렉이 스타덤에 오를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바로 그의 재치와 끈기. 버거킹 광고로 연기의 첫걸음을 시작해, TV 쪽을 전전하던 그는 '황혼에서 새벽까지'로 유명한 로버트 로드리게즈의 '데이즈드&컨퓨즈드(1993)'에 출연하여 주류의 달콤함을 잠시 맛본 후 정면 승부보다는 인디 영화로의 선회를 택했다. 그리고 레즈비언을 사랑하는 만화가로 열연한 인디 영화인 '체이싱 에이미(1997)'로 일약 주목받는 신인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벤 애플렉을 ‘배우’로서 다시 보게 만든 계기는 무엇보다도 죽마고우인 맷 데이먼과 함께 각본 및 연기까지 해낸 '굿 윌 헌팅(1997)'일 것이다. 젊은 두 영화인의 신선한 캐릭터 창조와 구스 반 산트 감독의 특기인 내면으로 침잠해가는 과정이 인상적으로 그려진 이 영화는 과연 아카데미상을 받을 정도로 대단한가에 대해 논란이 많았다. 하지만 아카데미라는 것이 운과 분위기, 텃세에 의해 좌우되는 면을 감안하자면 ‘아카데미상을 받을 만한가’라는 말은 의미가 없을 것. 벤 애플렉과 맷 데이먼의 각본은 플롯이 좀 엉성하고 푹 익은 과일처럼 농후한 맛이 나진 않았지만 그 발상은 대 스타에 익숙해진 할리우드에 일침을 놓을 만큼 신선하고 독특한 것이었다. 게다가 더 놀라운 것은 이 두 배우가 ‘아카데미 각본상 수상자’라는 타이틀을 이용해서 ‘글도 쓸 수 있는 똑똑한 배우’라는 이미지 메이킹을 훌륭히 수행해냈다는 점이다.

이렇게, 출발 상황이 비슷했던 두 죽마고우의 현재 상황을 살펴보자면, 입지 자체만은 벤 애플렉이 앞서 있다는 평이다. '굿 윌 헌팅'에서만 보더라도, 잘났지만 속은 배배 꼬여 있는 천재를 ‘연기’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었던 맷 데이먼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역으로 출연했던 벤은 연기인지 그저 맷 데이먼의 친구로 이야기하고 있는 건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평범한 ‘동네 똘마니’의 역을 충실히 해냈다. 그리고 이 작품의 성공 이후 벤의 작품 선택은 그야말로 탁월했다. 하버드 출신의 잘난 친구보다는 ‘평민’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관객들에게 접근하기 쉬웠고 다른 작품으로의 ‘이미지 무브’도 수월했다. '아마겟돈', '도그마', '레인디어 게임', '바운스' 등과 드디어 올해의 '진주만'을 통해 ‘아메리칸 히어로’의 계보를 잇는 빅 스타로 성장했다.

하릴없이 빈둥거리며 온종일 수다떨고 밤에는 맥주나 마시는 게 일이었던 백인 슬래커의 이미지에서 탈피한 벤 애플렉. 그의 최근 소식을 하나 전하자면, '진주만'의 원작자인 톰 클랜시가 '붉은 10월', '패트리어트 게임' 등에 이어 CIA 요원 ‘잭 라이언’이라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인 '공포의 모든 것'을 영화화하는 데 벤 애플렉을 주인공으로 적극 추천하여 얼마 전 촬영을 마쳤다고 한다. 또 하나는 술과 여자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실연(그는 기네스 팰트로와 열렬한 관계였다)과 알콜 중독 직전까지 갔던 그가 술이라도 끊어보기로 결정하고 알코올 갱생 센터에 들어갔다는 것. 팬과 가족, 그리고 자신을 위해 좀더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로 했다는 그의 희망이 과연 성공할지는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