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아메스 김익환 사장 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저마다 세계 최고라고들 하지만 우리 기업들이 만든 제품 중에서 외국 면세점에 들어간 상품이 있나요. 세계 최고가 겨루는 면세점에 입점했을 때 그 제품은 세계 일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수정 가공 업체를 운영하는 ㈜아메스 김익환(55.사진)은 진짜 일류가 뭔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아메스는 국내 기업 최초로 1999년 12월 중국 베이징(北京)신공항 면세점에 '킴스 아메스'라는 자체 브랜드로 입점했다.

이어 지난달 16에는 상하이(上海)시내면세점에도 들어갔다. 이것만도 대단한 일인데, 두 매장에서 모두 구찌.프라.샤넬 등 세계 유명 브랜드를 제치고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베이징 면세점에 입점할 당시 아메스가 얻어 낸 매장면적은 겨우 1평. 진열장 하나를 세울 수 있는 면적이었지만 의외로 물건이 잘 팔렸다. 그 때 金사장은 모험을 걸었다.

"매장을 13개로 늘려주는 대신 월 매출이 10만달러에 못미치면 10만달러를 벌금으로 내겠다고 면세점측에 제안했죠.

직원들은 미친 사람 취급했지만 결국 우리는 입점 8개월만에 월 10만달러의 매출은 물론 쟁쟁한 전세계 명품 브랜드를 물리치고 매출 1위를 기록했습니다."

올해는 미국 테러사건 여파로 면세점 수입이 줄어 지난해 매출 2백13억원보단 못하지만 그래도 2백억원은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모두 수출이다.

아메스는 지난해 수출 1천만달러탑을 받은 데 이어 올 무역의 날에는 산업자원부가 선정한 6개 일류화 상품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내년 3~4월께에는 코스닥 등록도 예정돼 있다.

설움도 많았다. 수년전만해도 보석사업을 한다며 은행에서 돈을 빌린다는 것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였다. 보석가공이라면 밀수와 관련된 것처럼 생각하고 배나 비행기로 실어 날라야만 '수출'이라는 고정관념 때문이었다.

정부나 금융권이 부가가치가 높은 보석산업의 중요성을 아직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金사장은 말했다.

"현대자동차 아반떼와 우리 자수정 가공 보석을 1만달러에 팔 때 과연 어느 제품이 부가가치가 높을까요. 오늘날의 이스라엘이 있게 된 것은 그들이 바로 세계 다이아몬드 시장을 석권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더 늦기 전에 보석가공을 하나의 산업으로 육성해야 합니다."

6.25 전쟁때 아버지를 여읜 金사장은 온갖 궂은 일을 하다 23살때인 1969년 자수정에 손을 댔다. 광산에서 직접 원석을 캐기도 하고 가공 일도 배웠다. 국내시장이 한계를 보이자 수출로 방향을 돌렸다.

그 중에서도 면세점 입점이 그의 꿈이기도 했다. 80년대 말에는 3년을 공 들인 끝에 홍콩의 한 면세점에 가게를 얻었지만 매장이 문을 여는 날 면세점측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해 버렸다. 金사장은 "추측해 보건대 한국이란 나라를 얕잡아 본 것 같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金사장은 내년에는 아랍에미레이트 두바이.태국 방콕.미국 하와이 등으로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준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