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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설득과 제재 총동원 北정권 비이성적 속성 바꿔야” 리카이성 중국 샹탄대 교수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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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0호 04면

“북한 핵은 핵 문제가 아닌 정권 문제로 접근해야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북핵 문제를 바라보는 미·중 학자의 시각

리카이성(李開盛·37) 중국 샹탄(湘潭)대 교수가 북핵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그는 현재 북한 정권의 성격이 변하지 않으면 핵 문제는 영원히 해결하기 어려운 만큼 북한 정권의 비이성적 속성을 바꾸기 위해 주변 국가들이 노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국에서 대표적인 북한 문제 전문가로 통하는 리 교수는 15일 중앙SUNDAY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중국과 한국의 협력으로 북한 정권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이 북한의 완충지대론에 잡혀 북한을 무조건 두둔하는 것보다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유도하는 게 장기적으로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북한 핵실험을 바라보는 중국의 진짜 속내가 궁금하다.
“외교부 성명 그대로다. 핵실험에 분명 반대한다고 했다. 한반도 비핵화 원칙과 사태 해결을 위해 당사국들의 대화와 냉정을 요구하는 내용도 있다. 이게 중국의 진짜 속내다.”

-북한 핵을 반대한다면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핵실험을 막아야 했던 것 아닌가.
“분명한 건 북핵 문제는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과 미국, 일본 등 주변국들이 관련된 국제적인 문제다. 중국에만 모든 것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국제공조를 해야 한다. 중국은 북한 핵실험을 앞두고 할 수 있는 모든 외교적 수단을 썼다. 주중 북한 대사를 초치해 강력한 반대 메시지도 보냈고 당 차원에서 핵실험은 안 된다는 얘기도 수차례 했다. 그런데 북한이 말을 듣지 않았다. 중국 정부가 일종의 무력감을 느낄 정도다.”

-중국은 왜 대북 원조 중단 등 보다 강력한 수단을 쓰지 않는가.
“중국이 강력한 제재를 할 경우 핵 문제보다 더 심각한 북한의 혼란이나 정권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북한의 혼란은 중국의 혼란으로 번질 수 있다. 중국 정부가 이런 최악의 시나리오를 선택하진 않을 것이다.”

-북한은 이미 핵을 보유하고 있다는 게 객관적 사실이다. 중국은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는가.
“인정 안 한다. 중국의 한반도 비핵화 원칙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은 앞으로 북한 핵을 어떻게 할 것인가.
“동북아 안정을 위협하는 건 북한 핵이 아닌 북한 정권이다. 따라서 핵 문제를 북한 정권 문제로 풀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주지하는 대로 북한 정권은 ‘가족 정권’이다. 그들은 인민이 죽고사는 문제보다 자신의 정권 유지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핵 개발도 정권 안정을 위해 한 것이지 국가 안정을 위해 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북한 정권의 성격을 바꾸지 않으면 핵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북한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는 의미인가.
“비이성적 정권의 속성을 바꿔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제 공조가 필요하고 대화와 설득, 그리고 제재를 병행해야 한다. 한국과 미국이 북한과 어떤 형태든 대화를 해야 하는 이유다. 대화를 통해 그들을 국제사회로 이끌어내야 한다. 중국이 6자회담을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6자회담이 당장에는 효과가 없어 보이지만 길게 보면 북한 정권을 국제사회로 이끌어내는 지름길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북한 정권이 변한다고 이미 보유한 핵을 포기할 것 같은가.
“정권의 속성이 이성적으로 바뀌면 핵 보유와 폐기의 득실을 따지는 사고를 할 것이다. 국제사회가 모두 반대하는 핵을 보유할 경우 손해가 너무 크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선택은 스스로 할 것이다.”

-핵실험 이후 중국의 대북정책이 달라지는가.
“당연히 달라져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론 아직도 양국은 동맹관계여서 한계가 있을 것이다. 또 북한이 미국을 한국에 묶어두는 전략적 완충지대라는 점을 무시해선 안 된다는 시각도 분명 존재한다.”

-북핵과 관련해 중국이 미국에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북·미 대화다. 북한 정권의 속성을 바꾸기 위해 무력을 동원하거나 제재를 강화하면 더 나쁜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 일단 대화를 해서 북한의 불안감을 해소해야 하는데 대화가 없으니 사태가 악화되는 것이다. 예컨대 쌍방 대화를 통해 한국전쟁의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면서 서로 신뢰를 쌓고 그들의 불안의식을 조금씩 덜어줘야 한다. 북한은 또 자신의 고립에 대한 불안감도 갖고 있다.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나라는 미국밖에 없다.”

-한국에서 북핵은 생존 문제와 직결된다. 박근혜 정부는 어떻게 북핵을 다뤄야 하나.
“북핵을 바라보는 시각은 국가별로 다르다. 미국은 핵확산 금지 차원에서 보고, 일본은 자국의 핵 보유 명분을 찾으려 한다. 그러나 중국과 한국은 역내 안정과 국가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본다. 한국의 새 정부가 양국의 이런 공감을 바탕으로 협력을 강화했으면 한다.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이 완벽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한반도 긴장완화 효과를 낸 게 사실이다. 중국도 당시 이 정책을 적극 지지했다.”



리카이성(李開盛) 후난(湖南)성 샹탄대 철학역사문화학원 교수. 샹탄대 졸업 후 중국 사회과학원에서 국제관계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난해 가을 인민일보(人民日報)의 인터넷신문인 런민왕(人民網)이 그를 초청해 네티즌들과 북·중 관계에 관한 토론의 장을 마련했다. 이후 그는 국제정치학계의 차세대 인사로 손꼽힌다. 주요 저서로는 『북한 핵과 비전통 안전문제 연구』『중국 외교전략, 국제관계 이론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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