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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북한 중앙시평

한계 넘은 북 핵실험 … 대응 달라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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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마이클 그린
미국 CSIS 고문

지난 12일 북한의 3차 핵실험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응은 강경했다. 처음으로 중국을 포함한 모든 나라가 북한이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결의를 보이는 듯하다.

오바마 미 대통령은 핵실험을 “심각한 위협”으로 규정했다. 중국 외교부는 “국제사회 전체의 반대”에도 강행한 핵실험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선언했다. 중국의 이런 반응은 인민일보 영문 자매지 글로벌타임스가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면 원조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을 때 예상된 일이었다. 중국이 북한에 원유와 식량을 각각 70%가량 공급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심각한 경고였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례적으로 신속하고 강력한 비난 성명을 내고 핵실험에는 중대 행동이 뒤따를 것이라고 밝힌 지난달 결의를 이행하기 위한 논의에 즉각 착수했다.

 한편 중국이 추가적인 제재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조짐도 있다. 수전 라이스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정해진 코스를 따라갈 것”이라고 투덜거렸다. 과연 중국 외교 소식통은 중국은 남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이해관계에 균형을 맞추기 위해 입장을 “정밀 조율”하고 있다고 흘렸다.

그러나 이번엔 달라야 한다. 북한에 대한 반응을 “정밀 조율”하는 것은 불필요한 일이다. 중국에서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취임을 앞둔 춘절 기간 중에 핵실험을 한 북한에 대해 손을 봐야 한다는 논의가 있다고 한다. 한·미 양국은 이번 핵실험을 예전처럼 처리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중국을 향해 다음 네 가지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우선 북한은 새로운 한계점을 넘어섰다. 북한은 소형화, 경량화한 핵폭탄을 성공적으로 터트렸다고 주장함으로써 그것이 핵무기임을 뻔뻔스럽게 인정했다. 정밀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지진 규모만으로 판단할 때 폭발력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히로시마를 파괴한 12.5kt에 근접하는 것으로 보인다. 1, 2차 핵실험 때보다 크게 증가한 것이다.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특히 정밀조사 결과 우라늄 핵폭탄인 것으로 판명되면 북한은 매년 1개 이상의 핵무기를 생산해 은닉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북한이 수십 개의 핵폭탄을 보유하게 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은 자살 행위가 될 것이지만 핵무기를 사용하거나 제3자에게 이전하겠다고 협박하는 것은 자살 행위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둘째, 중국은 북한의 위협을 억제할 충분한 능력이 있다. 따라서 한국을 포함한 안보리 이사국들은 유엔 헌장 7장에 근거해 북한의 해외 자산을 압류하는 제재에 중국이 동참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중국은 북한 자산 동결과 핵확산활동 억제를 위해 핵심적 역할을 할 수 있다.

 셋째, 한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은 안보리 결정을 넘어 북한의 자산을 동결하고 핵확산활동을 차단하기 위한 노력을 배가할 것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북한 국적선에 대한 검문, 북한에서 출발한 선적과 비행기에 대한 수색, 미 애국법 311조에 따라 북한과 거래한 금융기관에 대한 제재, 개성공단 및 금강산 지역에서의 신규 사업 중단 등을 생각할 수 있다. 미국과 한국이 안보리 결정에 따른 제재만 추구하는 것으로 비쳐지면 안보리의 제재 수준 자체가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넷째, 6자회담 지속에 동의한다는 뜻을 분명히 해야 한다. 단, 먼저 북한을 제외한 5개국이 회담을 갖고 대북한 공동 입장을 마련해 북한과 회담해야 한다. 이에 더해 회담이 지속되는 동안에도 북한의 핵능력 해체가 입증될 때까지 모든 제재 조치가 유지될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해야 한다.

 이상 네 가지를 분명히 하지 않을 경우 중국은 “통상적인 대응”에 머물려 할 것이다. 이런 요구를 하면 안보리에서 중국을 고립시키려는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오히려 정반대다. 우리 모두를 향한 북한의 위협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국이 북한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전환점에 서 있음을 분명히 알리기 위한 것이다.

 어찌 보면 오바마 정부가 이상의 일들을 주도하기 어려운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은 북한의 붕괴나 불안정을 염려하고 있으며 미국의 아시아 중시 정책 등으로 민감해진 상태다. 이에 따라 많은 중국 사람들이 미·중 관계를 제로섬의 관점에서 보고 있다. 결국 한국이 중국 설득에 적극적으로 나서 북한 핵실험에 대한 대응을 주도해야 할 때다.

마이클 그린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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