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애라 "인표씨와의 결혼6년, 사는 재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어느덧 결혼 6년차 주부가 됐지만 언제 봐도 생생한 활력이 넘치는 여자 신애라. 그녀 집에는 그녀의 성격, 취향이 고스란히 묻어나 있었고 아이와 남편에 대한 사랑도 담뿍 배어 있었다. 자신의 인기보다는 남편 내조와 아이 잘 키우는 데 더 신경 쓰는 프로 주부가 되어버린 탤런트 신애라의 특별함.

결혼 6년 만에 마련한 우리 가족의 아름다운 집 이야기

금세 하늘에선 하얗게 눈이 내릴 건데, 전 지난 여름, 뜨거웠던 햇살 가득한 날 이야기를 하려고 해요. 지난 여름에 전 결혼 6년 만에 진짜 우리집을 짓는 일을 시작했어요.

어린 시절부터 그때까지 아파트에서만 살아온 제가 주택에서 살고 싶었던 건요, 이제 세 살 난 우리 아이 정민이와 인표씨 때문이었어요. 아이가 땅을 밟고 컸으면 하는 마음, 아이가 아빠랑 자유롭게 공원에 나갈 수는 없더라도 마당에서라도 놀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 마당에서 낙엽도 줍고 눈사람도 만들고 개도 키우고 그랬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결혼 6년 동안 모은 돈과 은행 융자 얻어서 아담한 정원이 있는 2층짜리 주택을 구입했어요. 처음 봤을 때 그 집은 빨간 벽돌로 만들어진 어두컴컴한, 10년은 됐음직한 그런 집이었어요. 전 그 집을 내 마음에 들게 고쳐서 살고 싶었답니다.

평상시에 원했던 집은 우선 주부의 입장에서 수납이 잘되어 있는 집이었어요. 두번째는 밖에서 고생하고 들어오는 인표씨가 혼자서 쉴 수 있는, 자기만의 공간을 만들어주고 싶었구요. 세번째는 정민이가 즐겁게 뛰어놀 수 있는 그런 집이었어요. 네번째는 개를 좋아하는 인표씨가 개를 키울 수 있도록 마당 있는 집이었어요.

큰맘 먹고 집을 마련한 후 인테리어 잡지를 뒤적이고 모델 하우스도 열심히 찾아다니면서 눈썰미를 키웠어요.

아름답지만 불편하지도, 거부감이 들지도 않는 집. 군더더기 없는 모던한 인테리어가 빛나지만 남편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커다란 소파가 놓인 거실… 이런 집을 상상하고 친정 엄마 친구분이신 인테리어 디자이너 김현실씨와 집짓는 내내 의논을 했어요.

철거를 하고 골조부터 새로 짓는 집… 전 여름 내내 온통 집 짓는 일에 푹 빠져 있었어요. 주택의 설계도와 인테리어 시안을 들고 A&A 시공팀이랑 머리를 맞댔죠. 집 짓는 일이 그렇더라구요, 무척 피곤하긴 했지만 내집이 완성되어 간다는 게 참 신기하고 기뻤어요.

냉장고에 차가운 수박을 쟁여놨다가 집을 보러 갈 때마다 낑낑대며 들고 갔었어요. 하루에 최소 한 번은 꼭 가서 보곤 했어요. 창문, 수납장 위치며 치수까지 재어서 가는 저를 보고 시공팀에선 보다보다 저 같은 집주인은 처음 봤다며 고개를 흔들더라구요(웃음). 좋은 시공팀 덕분에 전 수월하게 집 지을 수 있었답니다.

인표씨는 집 짓는 일은 모두 제게 맡겼어요. 그렇게 하는 일이 제겐 오히려 더 편했어요. 6월부터 8월까지… 그렇게 우리집은 완성되어 갔답니다.

드디어 새집에 들어가던 날. 정민이는 “이게 우리 새집이야? 새집 좋아요” 하면서 팔짝 뛰었어요.
새집에는 작지만 제법 수확을 거둘 수 있는 텃밭이 있고, 이흥 삼촌(가든 테크)이 만들어준 아담한 정원도 있답니다.

새로 만든 우리집 부엌에서 처음으로 식사를 차려냈을 때… 가슴속에서 행복한 바람 한 줄기가 휙 올라오더라구요.

새집을 보시고, 시어머니께서는 제 손을 꼭 잡고 애썼다고 하시더라구요. 이 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텃밭이라면서요. 텃밭에는 친정 아버지와 고모가 심어주신 배추, 총각무가 풍성하게 자랐고 이것으로 김장도 했어요.

이 집에서 산 지 이제 석 달이 넘었네요. 석 달 살아보니까 진짜 우리집이 된 것 같아요. 이제 곧 크리스마스가 오겠죠? 이번 주말에는 아이, 그리고 인표씨랑 함께 정원에 있는 작은 나무에다 꼬마 전구도 달고, 산타클로스 할아버지 얼굴도 달고…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어볼까 해요. 정민이가 너무너무 좋아할 걸 생각하니 벌써 가슴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하네요.

내가 사랑하는 두 남자를 위한 주부 역할… 행복한 일상

아이가 좋아하는 닭튀김, 감자튀김을 예쁜 접시에 보기 좋게 담아둘 때… 여자로서 엄마로서 작은 기쁨 같은 게 샘솟아요. 누구 못지않은 화려한 20대가 있었지만 30대인 지금과 바꾸라면 절대 바꾸고 싶지 않은 마음. 그게 투명한 거울 속에 비친 내 마음의 표정이에요.

전 살림하고 집에 있는 게 재미있어요. 아이를 낳은 후 드라마를 안 한 것은… 시간이 너무 없어서라면 믿어지시나요? 주부로서 살아보니까 할 일이 너무 많아요. 제가 차려주는 밥 아니면 안 먹는 인표씨를 위해 식사 준비 해야 되구요, 이제 겨우 세 살인 아이에게 전 늘 붙어 있어야 해요. 아이에게 맛있는 것을 먹이고 산책 나가는 일만 해도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겠더라구요. 틈틈이 저 자신을 위해 운동도 하고 영어 공부도 하고 요리도 배우니까, 일할 때만큼 바쁘게 살아요. 주부, 보통 일이 아니던데요.

CF에만 나오고 왜 드라마는 안 하냐고 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구요. 전 그래요. 이왕 할 거면 잘해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드라마 대사 외우기며, 의상 준비하는 게 항상 시험 보는 기분 같고 쫓기는 기분이 들거든요. 그래서… 열심히 일할 자신 없으면 또 그럴 여건이 안 되면 너무 무리해서 하지는 말자 그렇게 생각했어요. 대신 MC는 저랑 성격이 맞는 것을 골라서 틈틈이 하기로 했어요. 지금은 채널 F에서 ‘신애라의 오븐요리’를 진행하고 있어요. 요리며 테이블 세팅까지 많이 배우고 있어요.

결혼 6년…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게 빠르게 지나갔어요. 결혼 4년 만에 정민이를 낳고 아이 키우며 살림하는 재미에 푹 빠진 저는, 세상 어느 역할보다 정민이 엄마, 탤런트 차인표의 아내 역할로 살아가는 게 고맙고 기뻐요.

제게 가장 소중한 건 가족, 그 다음은 건강입니다. 인기, 돈… 이런 건 부질없고 가족과 건강에 비한다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톱스타로 화려하다면 화려한 20대를 보냈지만 전 지금 주부로 있는 30대가 훨씬 소중하고 감사해요. 예쁜 척하고 살지 않아도 되는 여유가 있고 은근한 화력으로 곰국을 끓일 때처럼 말간 의지가 있다면 이해되시겠어요? 삶이 뭔지 어렴풋하지만 조금씩 보이고,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뭔가를 할 수 있는 사람…

‘당신은 마술사’라고 불러주는 남편과 엄마라고 부를 수 있는 아이가 있는 사람이 있는 저, 행복한 거 맞죠?

센스 있는 주부, 현명한 엄마… 그리고 나 자신을 찾고 싶다

주부로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꼽으라면 가족의 건강이에요. 하지만 너무 가족만 생각하다보면 어느 순간 ‘그럼 난 뭐야’ 하는 회의가 들 수도 있기 때문에… 너무 퍼주기만 하면 빈 듯한 느낌을 가질 수도 있기 때문에 어떨 땐 스스로 채우는 과정이 필요한 것 같아요.

전 일을 가진 주부든 아니든 살찌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저 같은 경우엔 아주 쉽게 하는 운동이 있는데요, 그건 바로 일정한 속도로 빨리 걷기예요. 전 웬만한 거리는 무조건 걸어요. 걸어다니면서 하늘도 올려다보고 이제 앙상하게 남아 있는 나무도 보고… 그렇게 걷고 나면 처음엔 좀 힘들지만 나중엔 아주 몸이 가뿐해지는 것을 느껴요.

가족의 건강과 저의 건강을 위해… 백화점이나 대형 할인점보다는 집 근처에 한 번씩 서는 시장을 이용해요. 평소 제 지론이 ‘냉장고를 믿으면 안 된다, 냉장고가 비어 있어야 가족이 건강해진다’거든요. 그래서 전 한꺼번에 많이 사서 쟁여놓지 않고 신선한 재료들을 조금씩 사서 그때그때 먹을 것만 요리해서 먹고 있어요. 신선한 채소와 생선을 골라서 장바구니에 담아서 쌩쌩 빠른 걸음으로 집에 돌아오면… 이제 요리할 일만 남았네요.

전 건강식에 관심이 많아요. 그리고 되도록이면 자연식을 많이 하려고 해요. 아이 간식도 고구마, 감자, 땅콩, 은행, 잣, 호두를 준비하고 인스턴트 음식은 안 먹이려고 해요. 시어머님이 유기농 농사를 짓고 계셔서 농사를 짓고 나면 농산물을 보내주시거든요. 그래서 그것으로 유기농 곡물 미숫가루도 만들고 포도 주스도 만들어 먹어요.

덕분에 정민이는 사탕, 과자가 있어도 손을 안 대요. 아이에게 다섯 살 때까지만 인스턴트 음식 안 먹이고 자연식품에 대한 입맛을 들여놓으면 나중엔 스스로 인스턴트 음식을 거부한다고 하니까 아이 건강을 위해 음식만큼은 신경을 쓰고 있어요.

특별한 일이 없으면 하루 24시간 붙어 다니는 우리 귀여운 아이, 정민이. 제가 드라마 일을 안 하고 집에 있는 건 아이랑 많은 시간을 함께 하고 싶어서죠. 안 그러려고 하는데도 저도, 다른 아이가 벌써 글자를 읽는다, 영어를 할 줄 안다 그러면 초조해질 때가 있어요. 제가 EBS에서 ‘육아일기’를 진행하면서 배웠는데요, 아이가 커갈수록 절대 초조해하면 안 된대요. 무엇보다도 엄마인 제가 여유를 가지고 공부나 학습보다는 자연과 함께 하는 시간을 많이 갖게 하려고 애써요.

매주 일요일 오후면 우리 가족은 경기도에서 농사 짓고 계시는 시어머님댁에 가는데 아이가 얼마나 좋아하는지 몰라요. 어머님은 정민이를 위한 텃밭을 따로 마련했어요. 얕은 나무판을 하트 모양으로 오리고 그 위에 ‘정민이 밭’이라고 써, 밭머리에 꽂아두셨어요. 정민이는 일주일 중 일요일을 가장 기다려요.

인표씨는 티없이 맑은 웃음으로 흙에서 뒹구는 정민이를 보면서 어머님이 농사를 짓고 계신 게 얼마나 다행인가 하는 생각을 해요. 제 생각도 그렇구요.

저는요… 입양을 해서라도 딸 둘은 꼭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제 아이 때문에 관심 밖으로 된 남자, 인표씨 얘기를 좀 할까요? 여자들은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아이가 생기면 아이가 1순위가 되죠. 그래서… 옛날처럼 챙겨주지 못해서 조금은 미안하기도 해요. 하지만 솔직히 고백하자면 인표씨가 집에 있으면 하루 종일 전 너무 바빠요. 인표씨가 나가면 그제야 한숨 돌리죠. 그래서 우리집엔 아이가 둘 있다니까요(웃음).

우리 두 사람도 솔직히 툭탁거릴 때 있어요. 서로 속썩이는 거죠. 인표씨는 직선적이고 다혈질이라 마음에 안 드는 점이 있으면 바로 이야기를 하는 편인 데 비해 전 좀 꽁하고 마음속에 담아두는 스타일이에요. 그래도 다른 집 사람들 살아가는 이야기 들어보니까 우린 양호한 편이던데요(웃음).

우린 이제 둘째를 가지려고 해요. 둘째 낳아서 만약 또 아들이면 그만 낳고 딸 둘을 입양하고 싶어요. 만약 둘째 아이가 딸이면 셋째까지 낳아볼 건데요, 셋째가 아들이면 여자아이 한 명을 입양하려고 해요. 전요… 딸 둘은 꼭 있었으면 좋겠어요. 인표씨보다 오히려 제가 더 자식 욕심이 있나봐요.

지금 인표씨는 영화 ‘아이언팜’ 촬영을 위해 미국에 가 있어요. 인표씨가 돌아오면 시어머님, 우리 친정 부모님, 인표씨, 저와 정민이 모두 다 함께 여행을 가려고 해요. 아직 구체적인 건 아니지만 저의 바람이죠. 연말 연시를 내가 사랑하는 가족 모두와 함께 지내는 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선택이겠죠.

내 가족과 함께 있는 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선택

주부로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꼽으라면 가족의 건강이에요. 하지만 너무 가족만 생각하다보면 어느 순간 ‘그럼 난 뭐야’ 하는 회의가 들 수도 있기 때문에… 너무 퍼주기만 하면 빈 듯한 느낌을 가질 수도 있기 때문에 어떨 땐 스스로 채우는 과정이 필요한 것 같아요.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