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때문에 … 맥 못 추는 국제 금값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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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최근의 금값 약세는 인도 때문”이라는 내용의 보고서가 나왔다. 현대증권이 14일 내놓은 ‘인도 금 수요 감소하나 : 인도 금 수요가 국제 금 수급에 미치는 우려’ 제목의 보고서다.

 보고서는 올 들어 국제 원자재 가격이 줄줄이 오르는 가운데 유독 금만 지난해 말 1 트로이온스(31.1g)당 1674.8 달러(약 180만원)에서 13일 1644.2달러로 떨어진 이유를 파고들었다. 골자는 ‘세계 최대 금 소비처인 인도 정부가 금 수요를 억제할 목적으로 지난달 금에 붙이는 수입 관세를 14%에서 18%로 올린 게 금값 약세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보고서의 내용은 이렇다. 인도는 세계 금 수요의 약 30%를 차지하는 나라다. 결혼할 때 신부가 지참금으로 온갖 금붙이 장신구를 가져가고, 금으로 힌두교 신상(神像)을 만드는 까닭이다.

인도 부유층은 지참금으로 금 1㎏을 가져가고, 힌두교 사원에 금을 시주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수레시 훈디아 뭄바이 금협회장이 “인도는 힌두교가 아니라 금을 숭배한다”고 할 정도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진 뒤 금값이 오르면서 이런 전통 수요에 투자 수요가 더해졌다.

문제는 인도가 금 대부분을 수입해야 한다는 점. 정부가 3월 말 기준으로 회계를 작성하는 인도는 2011년 4월~2012년 3월 1년간 금 수입액이 560억 달러(약 60조 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인도 무역적자 총액 1678억 달러의 3분의 1이다. 이대로 두면 무역 적자 때문에 인도 화폐인 루피화 가치가 떨어지는 등 부작용이 심각할 것으로 보고 인도 정부는 지난달 금 수입 관세율을 올렸다.

현대증권 손동현 연구원은 “‘그래도 금 수요가 줄지 않으면 관세를 더 올리겠다고 인도 중앙은행이 공언했다”며 “인도의 금 수요 억제책으로 인해 금값 약세가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도에서는 또 금 소비를 줄이는 사회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젊은이들이 결혼 지참금으로 금 대신 벽걸이TV나 태블릿PC 같은 가전·정보기술(IT) 기기를 선호하는 것이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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