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나온 서울대 출신 건강전도사, 알고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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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KBS의 대표 건강프로그램인 ‘생로병사의 비밀’ 등에 출연하며 건강전도사로 활동했던 A(67)씨가 수년 동안 학력을 속여오다 경찰에 적발됐다.

TV에 나온 그 건강전도사 알고 보니 학력위조 #서울대 의대 교수 행세 #경찰, 윤석모씨 입건

 A씨는 자신의 저서 등을 통해 서울대와 미국 하버드대를 졸업했다고 경력을 소개했다. 식이요법 등 건강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수려한 말솜씨까지 갖춘 그는 방송사 건강프로그램 등에서 인기 강사였다. 하지만 그가 내세운 학력은 가짜였다.

 A씨는 2005년 12월과 2010년 7월 인간개발연구원과 한국평생교육원에 이력서를 제출했다. 공직자나 시민을 상대로 강연 활동을 하기 위해서였다. 이 과정에서 그는 이력서에 서울대 농과대학(학사)과 서울대 의료학과(석·박사)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 보건대학원 의료과정을 수료했다고 적었다. 경력에는 서울대 의대 겸임교수로 소개했다. A씨는 이 같은 경력을 내세워 인기 강사로 부상했다. 1회 강연료로 최고 187만원을 받았다. 그는 2006년 3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와 농협, 여성단체 등 56곳에서 건강 관련 강의를 했다. 강연료로 지금까지 8000여만원을 챙겼다.

 그는 ‘생로병사의 비밀’ 등 방송사 건강프로그램에 출연하거나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적이 있다. MBC 라디오 건강프로그램인 ‘약이 되는 음식이야기’ 등을 여러 차례 진행했다. 서울 강남에 대규모 건강클리닉을 열고 건강 관련 책도 냈다.

 A씨의 허위 학력은 익명의 제보자가 최근 경찰에 신고함에 따라 들통났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서울대 보건대학원 보건의료 최고경영자 과정(6개월)을 2000년 수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반인들도 신청하면 들을 수 있는 단기 교육 과정이다. 미국 하버드대 학력도 허위였다. 서울대에서 최고경영자 과정을 수강할 당시 하버드대를 5일간 방문해 수업을 청강한 게 전부다. 서울대 겸임교수 경력도 사실무근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학력을 부풀린 부분을 모두 인정했다”고 전했다. 본지는 A씨와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경기도 용인동부경찰서는 14일 사기 등의 혐의로 A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최모란 기자

바로잡습니다  기사에서 피의자 A씨가 ‘KBS 생로병사의 비밀에 출연하거나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기에 바로잡습니다. 경찰은 A씨가 KBS-TV ‘생로병사의 비밀’에 출연하는 등 몇몇 건강 관련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했다는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를 배포했으나 확인 결과 A씨는 ‘생로병사의 비밀’에 출연한 사실이 없습니다. A씨는 경찰에서 2001년 ‘생로병사의 비밀’에 출연했다고 진술했으나 이 프로그램은 2002년에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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