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크리스마스 카드를 예쁘게 만들어 친구들이나 선생님께 보내고 연하장도 직접 쓰고 우표를 붙여 지인들에게 부치는 일이 연례 행사였다. 그러나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널리 퍼지면서 이제 직접 쓴 카드나 편지는 구경하기조차 어렵게 됐다. 선물도 애써서 포장하고 또박또박 주소를 적어 소포로 부칠 필요가 없어졌다. 인터넷에서 클릭 몇 번만 하면 백화점이나 농산물·수산물 산지에서 알아서 척척 보내 준다.
‘부치다’와 ‘붙이다’는 위 글에서 보듯 자주 쓰는 표현이고 헷갈릴 이유가 없을 것 같지만 의외로 잘못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편지나 물건을 어디로 보낼 때는 “내가 어릴 때는 카드를 직접 만들어 부쳤어”처럼 ‘부치다’란 표현을 쓴다. 논밭을 이용해 농사를 짓는 경우에도 “그의 아버지는 소작 논 네댓 마지기 부치는 게 전부인 가난한 농사꾼이다”처럼 ‘부치다’를 쓴다.
사건이나 안건 등을 공판이나 토론에 회부하거나 투표를 통해 해결하려 할 때도 “이 건은 토론에 부칩시다” “수도 이전은 국민투표에 부쳐서 결정해야 한다”와 같이 ‘부치다’를 쓴다. 이런 경우 ‘토론에 붙입시다’ ‘국민투표에 붙여서’로 잘못 쓰는 사람이 많으니 주의하자. 반면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도록 하거나 가까이 닿도록 할 때는 ‘붙이다’를 쓴다. “여섯 사람이 앉을 수 있도록 식탁 두 개를 같이 붙여라” “이 안내문을 게시판에 붙이는 게 좋겠어” 같은 경우다.
‘붙이다’나 ‘부치다’가 다른 말에 붙어서 쓰일 경우 더 혼란을 느낄 수 있다. 다음 예문들을 살펴보자. “그는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다.” “그렇게 몰아부치지 마세요.” “그녀는 내게 날카롭게 쏘아부쳤다.” “무조건 밀어부친다고 되는 게 아니에요.” “그는 옷을 벗어부치고 싸움에 뛰어들었다.” 이 가운데 마지막 문장만 옳게 쓴 것이며 나머지는 ‘걷어붙이다’ ‘몰아붙이다’ ‘쏘아붙이다’ ‘밀어붙이다’를 사용해야 한다. 이들은 무언가에 힘을 가해 한쪽으로 붙여 놓는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 ‘붙이다’를 쓰는 것으로 짐작된다.
김형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