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노트] 짐처럼 들린 휠체어의 장애인

중앙일보

입력

제4회 변방연극제(16일까지,문예회관 소극장) 를 진행하고 있는 공연기획 모아의 오현실씨가 다음과 같은 내용의 e-메일을 보내왔다. 우리의 공연장이 장애인 관객(출연자) 들에게 얼마나 취약한 지를 실감시켜 주는 생생한 사례여서 소개한다.

지난 7일 장애여성 문화공동체인 극단 끼판의 '둘몸짓' 첫 공연이 있던 날입니다. 이 작품의 주요 출연자는 장애인이었고, 관객도 장애인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극장측과 이들을 수용할 효과적인 방법을 강구했습니다. 다행히 공연 전날 장애인용 주차공간 확보, 극장 진입로에 경사로 만들기, 화장실 내 장애인용 칸과 안전바 설치 등을 할 수 있었습니다. 임시방편이었지만 기본적인 도움은 될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다음이 문제였습니다. 휠체어를 타고 온 관객을 지하 2층의 공연장까지 안내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전동 리프트 한 대가 있었으나 안전상의 문제로 사용이 불가능했습니다. 결국 자원봉사자를 동원해 휠체어를 들어서 공연장까지 내려가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전동 휠체어 무게만 60㎏, 사람의 무게까지 합하면 약 1백~1백20㎏이 넘었습니다. 게다가 공연장으로 내려가는 진입로가 너무 비좁아 자원봉사자들은 이리저리 방향을 틀어 가며 이들을 극장으로 옮길 수 밖에 없었습니다.

장애인 관객들은 들려서 내려가야 하는 처지를 창피해 했습니다."공공기관에서 관리하는 극장인데 어떻게 엘리베이터 시설이 없을 수가 있냐"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습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저는 우리 공연장이 철저하게 성한 사람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 난감했을 상황이 눈에 선하다.어디 문예회관 소극장 뿐인가. 대학로의 소극장은 말할 나위도 없다. 국립극장.예술의전당.세종문화회관 등도 미흡하긴 마찬가지다. 장애인 관객들에 대한 배려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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