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예측 불허 '죽음의 組' 아르헨·잉글랜드 우세

중앙일보

입력

본선 조추첨식이 열리던 지난 1일 오후 부산전시컨벤션센터(BEXCO)에서 '축구황제' 펠레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펠레는 우승후보를 묻는 질문에 잉글랜드와 포르투갈·아르헨티나·프랑스를 꼽았다. 그리고 "나이지리아도 무시할 수 없는 실력"이라고 했다.

다섯시간 뒤 아르헨티나와 잉글랜드·나이지리아가 한 조에 배정됐다. 여기에 유럽 예선에서 가장 좋은 성적(승점 26점)을 거둔 북유럽의 강호 스웨덴까지 포함됐다.역대 월드컵 최악의 조로 꼽히는 F조였다.

F조에서 어느 팀이 살아남을지에 대해서는 어떤 축구전문가도 쉽게 예상하지 못한다. 다만 F조에서 16강에 진출하는 두 팀은 4강도 무난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의 강팀들이다.

◇ 아르헨티나=프랑스와 함께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는 아르헨티나의 최대 강점은 화끈한 공격력에 있다. 후안 베론과 아리엘 오르테가가 버티고 있는 미드필드에서 에르난 크레스포와 가브리엘 바티스투타가 포진한 공격까지의 화력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다. 아르헨티나는 남미 예선 18게임(13승4무1패)에서 무려 42득점(게임당 평균 2.33골)하는 가공할 만한 공격력을 선보였다.

또 조 수위를 다툴 것으로 예상되는 잉글랜드와의 최근 전적에서 2승2무로 월등히 앞서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고 경기에 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잉글랜드=예선 초반 독일에 패하고 핀란드와 득점없이 비길 때만 해도 "잉글랜드 축구는 끝났다"는 말이 나왔다. 그러나 스웨덴 출신 스벤 고란 에릭손 감독을 영입한 뒤 독일을 5-1로 대파하는 등 급속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게임 완급 조절 능력이 탁월한 미드필더 데이비드 베컴과 스피드를 무기로 한 개인기가 일품인 마이클 오언 콤비의 공격력은 어느 팀에도 밀리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리오 페르디난도와 숄 캠벨이 신·구 조화를 이루는 수비진도 예선전 여덟게임에서 6점만 허용할 정도로 탄탄하다. 그러나 잉글랜드는 플레이 기복이 심하다는 점과 같은 조에서 경쟁하는 아르헨티나(2무2패)·스웨덴(5무3패)과의 최근 A매치에서 단 한번도 이긴 적이 없다는 게 부담이다.

◇ 스웨덴=8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스웨덴은 아르헨티나.잉글랜드보다는 무게가 떨어져보이지만 1994년 미국월드컵 3위에 오른 저력의 팀이다. 유럽 예선에서도 열경기에 20득점·3실점으로 가장 안정된 전력을 보였다.

스웨덴의 힘은 두터운 허리에서 나온다. 스타클럽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스날에서 주전 미드필더로 활약 중인 프레드릭 융베리와 아칸 멀드.니클라스 알렉산데르손 등이 포진해 있다.

또 유로2000 멤버인 파트리그 안데르손과 멜베르그 올로프가 지키는 세계 최강 수준의 수비라인은 쉽사리 뚫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나이지리아=국제축구연맹(FIFA)랭킹 40위로 F조에서 가장 처지는 팀으로 분류되고 있지만 98 프랑스월드컵 때도 '죽음의 조'에서 우승 후보 스페인과 전대회 4강팀 불가리아를 꺾고 꿋꿋하게 살아남은 경험이 있다.

이번에도 96 애틀랜타 올림픽 우승의 주역인 은완코 카누와 빅토르 아갈리.제이제이 오코차 등을 앞세워 또다시 이변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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