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점 매수 고점 매도' 전문가 뺨치는 개인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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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개인투자가들은 예전처럼 허술하지 않습니다. 웬만한 펀드 매니저 뺨칩니다"

대우증권의 음두인 압구정지점장은 "인터넷.증권방송.신문 등을 통해 전문지식으로 무장한 개인들이 많아졌다"며 "투자상담을 하면서 진땀 빼는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에 장기 투자했던 보수적인 고객들이 1년 넘게 기다리다 최근 급등장세에서 29만원대에서 과감하게 매도하는 것을 보고 정확한 매도 시점 포착에 놀랐다"고 털어놓았다.

두 개의 증권사 지점이 있는 인구 15만여명의 충북 제천은 지난해 코스닥에서 깡통 찬 투자자들이 많은 곳으로 알려졌다. 농촌 지역 투자자들이 상투를 잡게 마련이란 속설이 어김없이 맞아떨어진 셈이다.

그러나 요즘 제천에는 '두달 사이에 본전을 되찾은 사람들이 많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 동양증권 이문찬 제천지점장은 "하이닉스반도체와 증권주.삼성전기 등에 집중 투자해 미국 테러 이후 배 이상의 수익률을 올린 개인들이 상당수에 이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제천지점은 최근 두달간 수익률에서 전국 최상위권에 속하고 있다.

개인들의 사이버 거래는 도시와 농촌을 가리지 않는다. 대우증권 압구정지점이나 동양증권 제천지점은 사이버 거래 비중이 모두 70%다.

동양증권 이지점장은 "투자금액이 2억~3억원에 이르는 고객 비중이 서울과 엇비슷한 수준"이라며 "요즘 증권사들은 투자설명회를 할 때 반드시 전국 지점을 순회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개인들은 지난 10월 외국인 주도 장세에는 소외됐지만 최근 지수가 급등락하는 장세에선 더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투자정보를 손쉽게 접하면서 나름의 세련된 매매기법을 구사하기 때문이다.

대우증권 음지점장은 "지난달 말부터 개인들이 저점 매수 -고점 매도라는 세련된 매매패턴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종합주가지수가 620~650선에서 머물 때 개인들은 1천6백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가 지수가 680~700의 고점을 형성하자 사흘 동안 6천억어치를 과감히 순매도했다.

개인들은 또 종합지수가 660선으로 밀리자 곧바로 4천억원어치를 순매수한 데 이어 선물.옵션만기일인 13일에도 3천2백42억원어치를 순매수해 장을 떠받쳤다.

미래에셋증권의 박현주 회장은 "개인들이 장을 주도할 수 있는 자금력이나 투자 집중도에선 기관이나 외국인들에게 떨어지지만 발빠른 매매를 통해 대등한 수익률 경쟁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철호 기자 news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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