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일반 국민들 "대기업 · 기업인 싫어"

중앙일보

입력

일반 국민은 대기업과 기업가를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경유착과 족벌경영이 마음에 들지 않고, 도덕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반면 경제학과 교수들은 기업이나 기업가 모두에게 호감을 갖고 있다.전문가 집단과 일반인의 기업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크게 벌어져 있는 것이다.

이는 한국경제학회(회장 김병주 서강대 교수)가 일반인(1천11명).대학생(8백33명).경제학과 교수(2백20명) 및 기업 인사담당자(43명).신입사원(1백7명) 등 다섯개 집단을 대상으로 '우리는 기업을 어떻게 보는가'란 주제로 최근 조사한 결과다.

14일 오후 2시 서울상공회의소 국제회의실에서 발표할 예정인 이번 조사는 이례적으로 '기업에 대한 정서'를 물은 것이어서 관심을 모은다.

조사 결과 중소기업에 대해선 5개 집단이 모두 호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대기업에 대해선 '좋다'(교수.기업 인사담당자)와 '좋지 않다'(일반인.대학생)로 엇갈렸다.

기업이 잘못하고 있는 점에 대한 대답도 ▶정경유착(일반 국민.대학생)▶족벌경영(기업 인사담당자.신입사원)▶취약한 기술력(대학 교수)으로 나뉘었다.

기업의 역할에 대한 의견도 차이를 보였다. 일반인들은 근로자의 복지.국가의 발전 등 공익에 기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대답했다.10명 중 한명 정도 만이 기업의 이익과 발전이 중요하다고 답변했다.

또 다섯명 중 네 명이 기업가 재산은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반면 교수들은 기업의 이익과 발전이 가장 중요하고(77%), 기업가 재산은 기업가 자유에 맡겨야 한다(53.2%)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는 기업뿐 아니라 기업인에 대해서도 물었는데 역시 '좋다'(교수)와 '나쁘다'(일반 국민.대학생)로 나뉘었다.

그렇다면 기업가란 누구인가.'기업가라는 표현이 가장 어울리는 사람'을 묻자 대학생.교수 가릴 것 없이 대부분 '전문경영인 출신의 CEO'라고 대답했다.

대기업 창업주를 기업인으로 꼽은 응답자는 대학생의 경우 3.6%에 불과했다.

한편 다섯 집단 모두 90% 이상이 "한국에서 기업하는 게 어렵다"는 데 동의했다.그 주된 이유로는 과도한 규제와 금융시스템이 꼽혔다.

서강대 남준우 교수는 "이번 조사 결과 일반 국민들은 기업에 대해 오해와 불신이 강한데다 가치관이 이율배반적인 요소가 강했다"며 "언론 등에 비춰지는 기업이나 기업가에 대한 인상으로 판단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선희 기자 sunny@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