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흔들리는 전차군단 16강 장담 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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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시드를 받은 다섯 나라 중 브라질과 함께 '상대적 약체'로 분류되는 나라가 전차 군단 독일이다. 반면 독일이 상대해야 하는 아일랜드·카메룬·사우디아라비아는 최근 국제무대에서 부쩍 성적을 내기 시작했다.

따라서 내년 6월 1일 일본에서 첫 경기를 벌이는 E조의 기상도는 '흔들리는 독일과 신흥 축구 강국들의 대결'로 요약된다.

사우디(30위)가 최약체로 평가되는 가운데 나머지 세나라의 치열한 접전이 예측을 불허한다.

◇ 독일=독일의 화려한 명성은 94, 98년 월드컵에서 잇따라 8강에서 탈락하며 금이 가기 시작했다. 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우승 멤버인 루디 펠러를 사령탑으로 앉힌 후 유럽 9조 지역예선에서 5승1무를 기록하며 과거의 화려한 '기계적 메커니즘'을 되찾는 듯했으나 홈에서 숙적 잉글랜드에 1-5로 대패하며 타격을 입었다.

독일의 고민은 루메니게·마테우스·클린스만 등 스타 계보를 이을 뚜렷한 차세대 주자가 없다는 점이다. 예선에서 두 골을 뽑은 헤르타 베를린 소속 신예 미드필더 제바스티안 다이슬러와 우크라이나와의 플레이오프에서 세골을 뽑는 등 모두 여섯골을 기록한 바이에르 레버쿠젠의 공격형 미드필더 발락의 활약 여부에 본선 성적이 달려 있다.

◇ 아일랜드=아일랜드의 첫번째 고비는 포르투갈·네덜란드와 함께 같은 조에 편성돼 유럽 지역예선 '죽음의 조'로 불렸던 2조에서 살아남는 일이었다. 네덜란드를 제물 삼아 7승3무의 성적으로 포르투갈에 이어 조 2위를 기록한 아일랜드는 플레이오프에서 두번째 고비인 중동의 강호 이란마저 골 득실차로 제치고 본선 막차를 탔다.

플레이오프 두 경기를 포함, 모두 12경기에서 여섯골만을 허용한 수비진이 난공불락이다. 화려한 공격진으로 무장한 포르투갈·네덜란드에도 패하지 않았다. 로이 키언(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마크 킨셀라(찰튼) 등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을 주축으로 선굵은 축구를 구사한다.

◇ 카메룬=4회 연속, 통산 다섯번째 본선 무대를 밟는 카메룬은 더 이상 다크호스가 아니다.

이탈리아 월드컵 8강 돌풍 이후 한동안 잠잠했지만 지난해 시드니 올림픽에서 우승하며 다시 한번 탄탄한 축구 저변을 확인시켰다. 파트리크 음보마(파르마)와 사무엘 에투(레알 마요르카) 등 주전 상당수가 유럽에서 활동하고 있고 최근 사령탑도 독일 출신 윈프리트 세퍼 감독으로 교체, 팀 분위기를 바꿨다. 지역예선을 6승1무1패로 가볍게 통과했다.

◇ 사우디아라비아=아시아 최종 예선 A조에서 5승2무1패의 성적으로 이란·이라크를 제친 사우디아라비아의 전력도 만만치 않다. 나세르 압둘 아지즈 알 조하르 감독은 조 추첨 후 "좋은 팀들이 많이 편성된 조다.

독일은 강팀이지만 최선을 다할 것이다. 축구에서 불가능은 없다"며 전의를 불태웠다. 4-4-2 포메이션을 구사하고 지역 예선에서 각각 네골,세골을 뽑아낸 알 도사리·알 자베르 등이 한방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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