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코스닥 '700돌파?'

중앙일보

입력

1996년 7월 '한국판 나스닥'으로 출범한 코스닥시장의 등록기업이 12일 7백개를 넘었다. 이날 새 식구가 된 6개사를 합친 코스닥 등록 기업은 7백4개로 형님 격인 증권거래소의 상장기업(6백87개)보다 많아졌다.

홍콩증권거래소 탐 데렉 부이사장은 "코스닥은 나스닥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성공한 신시장"이라며 "코스닥의 활기가 부럽다"고 평가했다.

이같은 외형적 성장과 달리 여러 가지 스캔들에 연루된 기업들이 속출하고 투명성이 떨어지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 코스닥의 명암(明暗)=99년부터 전 세계적인 정보기술(IT)산업 붐과 정부의 벤처기업 우대정책에 힘입어 전국적인 '코스닥 신드롬'을 낳았다. 지난해 초 코스닥 지수가 2백83포인트까지 치솟았고 시가총액도 1백조원에 육박했다.

코스닥시장을 통한 기업의 자금조달도 활발했다. 공모 금액을 기준으로 99년 2조1천82억원, 지난해 2조5천6백86억원의 자금조달이 이뤄졌다. 그러나 지난해 중반부터 코스닥의 거품이 빠지면서 코스닥지수가 지난 9월 17일 46.05포인트까지 주저앉았다. 불과 1년여 만에 지수가 84%나 하락한 것이다.

98년 6월부터 3년 동안 코스닥시장 전무를 지낸 유시왕 삼성증권 고문은 "턱없이 높은 공모가를 책정해 한탕 해먹고 나가려는 세력들이 판을 쳤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정현준.진승현.이용호 등 주가조작 관련 스캔들이 코스닥 기업에 집중됐다.

◇ 투명성 확보가 최대 과제=불과 5년여 만에 전 세계 증시 중 시가총액 기준 33위, 거래대금으론 17위의 시장으로 자리매김한 코스닥이 한 단계 도약하려면 투명성 확보와 등록기업의 수익성 강화 노력이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증권연구원 오승현 연구위원은 "이제 성장성 하나만 믿고 투자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코스닥 등록 기업들이 수익성을 높여 투자자들이 믿고 투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코스닥 등록기업 중 거래소로 옮기려는 기업들도 생겨나고 있다. 골드먼삭스의 권준 이사는 "코스닥이 외국인 투자자의 관심을 끌려면 물의를 일으킨 기업이나 일정 수준에 미달하는 기업들을 과감히 퇴출시키는 제도 개혁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김현기 기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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