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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5천만원 의혹」의 장본인「전중」의 행상|정계·재계에 파문 던진 일본중의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권력과 돈이 너무 가까우면 구린내가 나게 마련이다. 지난 5일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국회의원이라는 직함을 악용하여 2억5천만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사기·공갈한 여당 정치인이 쇠고랑을 차게 되어 섬나라의 정계와 재계는 벌집 쑤셔놓은 것처럼 법석을 떨고 있다.
작달막한 키에 딱 바라진 체격과 독사같이 날카로운 눈을 가진 63세의 전중창치라는 중기원 의원은 정부기관의 회계감사와 국유재산의 관리를 감독하는 결산위원회 위원이라는 지위를 이용하여 지난 17년 동안 여러 공공기업체와 개인회사로부터 약2억5천만원에 달하는 거액의 돈을 사기해 먹은 혐의로 공들여 쌓아올린 그의 인생 탑을 스스로 허물어뜨리고 말았다.
자민당 소속인 전중 의원은 1949년 선거에서 당선된 이래 17년간 의원생활을 계속해온 고참 정치인이다.
그는 그동안 중의원의 결산위원회 위원으로 일해오면서 결단성과 진취성으로 폭탄 같은 사나이란 별명으로 통했으며 세 번에 걸쳐 결산위원장의 직책을 맡아보기도 했다.
전중은 결산위원의 자격으로 국유재산에 관한 감사를 하면서 남의 약점을 잡아 공갈하고 또는 국유재산을 불하해 준다고 속여 돈을 받아먹어 왔다. 전중의 행동은 국회의원들의 이권운동의 추악상을 전형적으로 드러내 보였다.
그는 관계자들을 공갈 또는 사기하면서 막상 돈을 받아낼 때는 자기의 아들이나 비서를 보내어 자신의 이름이 돈과 관련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주의했다. 그러나 세상은 어리석지 않아 전중 의원의「스캔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정계에 쑥덕공론을 자아내었고 소속당인 자민당 안에서도 빨리 대책을 세워야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었다.
심지어 전중에게 몇 차례씩 돈을 빼앗긴 재계 인사들은 정부와 자민당측에 무슨 조처를 해달라고 요청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현재 검찰에서 조사를 하고 있는 중이므로 자세한 혐의내용은 밝혀지지 않고 큰 사건 몇 가지만 시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중의 공갈수법은 대개의 경우 남의 약점을 스스로 발설해 놓고는 또 자기가 앞장서서 수습해주는 체하면서 돈을 끌어냈다는 것이다.
고향 신석에서 국민학교를 중퇴한 전중은 15세에 동경에 와서 전보배달, 기관차 운전원을 하다가 한때 양계업을 해서만든 밑천으로 구주에서 폐광되어 가는 조그마한 탄광을 산 것이 그에게 횡재를 안겨주었다.
여기서 번 돈으로 49년 중의원 의원으로 당선된 것이다. 그런데 전중은 그때 이미 유권자 매수사건으로 조사를 받았는데 거기서는 또 6년 전인 1943년에 사기사건으로 2년6개월의 징역을 선고받고 도피, 5년의 시효를 넘긴 일이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던 것이다.
전중은 여성관계도 심히 문란한데 어느 사람의 말은 그가 관계한 여성이 1백 명을 훨씬 넘는다고 했다. 그리고 동경에 본처 이외에도 10여명의 소실을 갖고 자녀가 20여명이 있는데 이들을 위한 생활비가 월1백만원을 넘는다고 한다.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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