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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엔=1200원, 나쁜 환율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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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굴리는 고객 자산 1000억원, 작은 투자자문사다. 하지만 실적은 남달랐다. 운용하는 랩어카운트 수익률이 지난해 30% 안팎이었다. 투자자문사 중 최상위권이다. 이룸투자자문 얘기다. 이 회사의 ‘Best 이룸 랩1호’는 지난해 32.4%, ‘이룸투자자문 랩1호’는 29.8% 수익을 냈다. 비결이 뭘까. 조세훈(50·사진) 이룸투자자문 대표는 “삼성전자와 자동차주 같은 핵심 투자 종목이 많이 올랐고, 사회 흐름과 맞물려 성장하리라 예상한 주식 또한 효자 노릇을 했다”고 밝혔다.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사옥에서 한 인터뷰에서다. 다음은 조 대표와의 문답.

 -어떤 식으로 랩을 운용하나.

 “성장성이 있으면서 값은 비싸지 않은 주식을 고르려 노력한다. 랩 하나에는 15~20개 종목을 담는다. 대형주 비중이 50% 이상, 중소형주는 40% 이하로 한다. 가능한 한 치우침이 없게 하려는 것이다. 랩 상품은 여럿 있지만 담는 종목은 비슷하다.”

 -삼성전자가 ‘성장성이 있으면서 비싸지 않은’ 종목인가.

 “애플이 잘나갈 때 생각해봤다. 과연 애플이 분기마다 혁신적인 상품을 내놓을 수 있을지. 힘들다고 봤다. 그에 비해 삼성전자는 강점인 하드웨어 쪽에서 개선을 계속하면서 애플을 따라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조정을 받는 지금도 삼성전자는 좋게 본다.”

 -사회 트렌드에 맞춰 성장할 주식이란 어떤 것인가.

 “화장품 업체 에이블씨앤씨와 SM엔터테인먼트 같은 곳이다. 사회가 양극화되는데 모두 고급 화장품만 쓸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 퀄리티(질)를 갖춘 브랜드가 뜰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랬더니 화장품 브랜드 ‘미샤’가 눈에 들어왔다. SM은 음원 가격 지불하기를 꺼리지 않는 젊은이들 풍토에서 가능성을 엿봤다. 모두 2011년 한참 쌀 때 샀다.”

 -사회 트렌드 파악이 필수인가.

 “투자는 미래를 보고 하는 거다. 미래 수익 예상은 사회 환경 변화를 읽지 않고서는 할 수 없다.”

 -SM 등은 계속 갖고 있나.

 “지난해 10월에 팔았다. 성장성이 없어서가 아니라 비싸져서다.”

 -대신 뭘로 채웠나.

 “모바일 기기 부품주 중에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것을 샀다.”

 -삼성전자 수혜주를 골랐다는 뜻으로 들린다. 올 들어 삼성전자와 자동차 주가가 빠졌다. 그로 인해 올 1월 이룸의 랩 수익률이 마이너스였다.

 “1월 실적이 코스피지수 등락률보다 나빴다. 그렇다고 투자 종목을 바꿀 생각은 없다. 지난해 많이 오른 데 따른 조정 성격이 있다. 최근 오른 종목들이 상승을 이어 갈 것이라고 보지도 않는다.”

 -환율 문제는 어떤가.

 “환율 영향은 크다. 100엔당 1400원일 때보다 1200원일 때가 불리하다. 그러나 1200원이 절대적으로 (한국 수출 기업에) 나쁜 환율은 아니다. 원화 가치가 가파르게 오르는 추세여서 걱정을 하는 것이지, 현재 환율 자체가 문제일 정도는 아니다. 한국 대표 기업들은 100엔당 1100원에서도 경쟁력이 있다.”

 - 한국 주식 시장이 부진하다.

 “세계적으로는 채권 같은 안전자산에서 주식 쪽으로 돈이 움직이는 흐름이 있다. 여기서 한국은 제외됐다. 환율과 관련해 우리 기업들이 어느 정도 방어를 해내는지 상반기 실적을 확인한 뒤에 국내 주식으로 돈이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

권혁주 기자

◆ 조세훈 대표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8년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에 입사했다. 푸르덴셜·신한BNP파리바 자산운용에서 펀드 매니저로 일한 뒤 2008년 8월 이룸투자자문을 차렸다. 그는 “준비를 해 장기적으로는 중국 주식도 투자 대상으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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