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천하는 여성의 역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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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극동지구 여성문제「세미나」가 4일부터 7일간 서울YWCA에서 열린다. 참가자는 우리나라 여교수와 YWCA지도자 17명 그리고 미국의 여교수 및 그곳 YWCA 지도자 12명. 「현대사회에 있어서의 여성의 역할」이란 주제아래 열리는 이「세미나」에서 한국대표 이효재 교수 (서울여대사회학)는「변천하는 여성의 역할」을 발표한다. 미국 YWCA 본부간사 「바도웰」여사를 대표로 하는 미국측 대표들은 일본·자유중국·태국등을 순회, 각국의 여성문제를 토의한바 있고 한국「세미나」가 끝나면 「홍콩」으로 떠날 예정이다. 다음은 이교수의 발표문을 요약한 것이다.
현대의 평등주의는 여성들에게 새로운 치위와 합께 벅찬 욕구를 안겨주고 있다. 전통적 사회는 여성들에게 남성돌에 예속된 지위와 역할을 부여하였으며 제도적으로 활동의 범위를 가정 안으로 국한시켰다. 그리고 여성들 스스로 젊어서는 남편에게 늙어서는 아들에게 의지하는 것으로 만족하였으며 그 이상의 무엇을 요구하지 않았던 것 같다.
여성에 대한 사회의 기대와 여성의 내적 욕구사이에는 원만한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이제 와서 이 균형은 이미 깨어졌다.
첫째, 현대민주국가에서는 여성에게도 남성과 동등한 시민권을 부여하였다. 따라서 유권자로서의 책임이 뒤따르고 있다. 여성의 관심과 의식이 경치에까지 팽창되어야 한다.
오래 동안 남자들만이 독점하고 있던 각 직업분야에 여자돌도 침투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사회적 요구와 기회에 대비하기 의하여 여성에게도 의무교육뿐만 아니라 고등교육이 필요하게 되었다.
여성을 둘러싼 변화는 사회적 차원에서뿐만 아니다. 여성들의 내적 상태에 있어서도 전통적 만족과 평온함은 이미 사라지고 있다. 외면적으로 남들이 부러워하는 유복한 처지에 있는 여성들의 마음속에는 전에 없던 새로운 불만과 불안이 자리잡기 시작하였다. 누구의 아내로서, 누구의 어머니로서, 이름 없이 안방에서 남편의 출세와 아들의 성공을 위하여 뒷받침하는 것으로 만족해하던 여성의 본성에 변화가 온 것이다.
여자들도 가정생활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생활에 있어서도 한독자적인격으로 활동 합으로써 자아성장을 이룩하며 사회적 인정을 받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게 용솟음치고 있다.
요즘 걺은 이들 사이에서는 직장생활이 혼인하기까지의 편의적 대기소의 기능을 하지 않는다. 혼인생활과 직장생활의 양립을 원하고 있다.
직장과 가정생활의 양립은 사실상 여성들에게 있어서 쉬운 일이 아니다. 어느 한쪽의 역할도 원만히 수행치 못하고 있음을 여자들은 스스로 자백하고 있다. 현대여성에게는 아내로서, 어머니로서의 전통적 역할에 직업적 사회적 역할이 덧붙여지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사회가 여성들을 가정생활에서 완전히 해방시켜 남성들과 그야말로 동등한 입장에서 책임 있는 사회참여를 합 수 있도록 제도화하기를 원하는 것 도 아니다.
남편에 대한 심리적 의존심과 자녀에 대한 모성애가 끈덕지게 여성의 심리적 욕구를 지배하고 있다. 이렇게 여성들에게는 상반되는 자립과 의존의 욕구가 내재하며 가정과 직장생활에 대한 이중적 역할을 수행하지 않으면 안 되게되었다.
평등을 차지한 현대 여성에게는 전에 없던 과중한 책임과 부담이 가로놓여있으며 그리고 여성의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서울여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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