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교육|몰상식한 「상식」|고정관념을 헤쳐본다(6)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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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철수는 몹시 바쁘다. 요즘은 방학이라서 한숨 놓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바쁘다. 아침 6시면 일어나간다. 막 흔들어 깨운다. 체조를 시킨다. 때로는 냉수마찰도 해야한다. 그리고는 책을 읽어야 한다. 아침식탁에 무릎을 꿇고 앉는다.
오전10시. 또 공부, 공부. 안 하면 「가정교사」라는 선생님이 막 야단친다. 굉장히 뜨거운 땡볕일 때, 철수는 쉬는 시간이다. 낮잠을 자란다. 오후3시. 철수의 예능교육 시간이다.
그는 음악선생 댁을 찾아가야 한다. 제키보다 더 큰「첼로」상자를 낑낑 들고.「고생보따리」 (아이들의 속어·「책가방」이라는 뜻) 보다 더 무겁고 거추장스럽다. 집에 돌아오는 시간은 6시쯤. 그리고 저녁을 먹고 TV를 보면 8시가 넘는다. 어서어서 자야 한다. 취침시간은 9시인데, 보통 그 시간이 넘어간다.
철수의 하루는 이렇게 시작되고 끝이 난다. 매미채를 샀지만 언제 어디로 매미를 잡으러 간담. 그것 말고도 할 일이 너무 많다. 철수는 고단하고 짜증스럽게 매일을 보낸다.
그러는 동안 철수의 어머니나 아버지는 한「위대한 예술가의 부모」가 되는 꿈을 꾼다. 아니면 「천재의 아들」에 대한 기대로 가슴이 부푼다. 철수는 사실공부도 썩 잘하지 못했고「첼로」를 켜는 솜씨도 대단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부모는 그가 언젠가는「위대한 사람」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를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작 그들은 철수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철수의 교육은 도급제로 남에게 떠맡겨 졌으며, 부모는 그저 독찰에나 열중할 뿐이다.
부모의 기대는 한없이 높고, 아이의 능력은 그 훨씬 이전에 머물러 있올때 생기는 의식의 공동. 그 함정의 깊이는 아이가 당면하는 비극의 그것이기도 하다.
이런 단절감속에서 연연히 자라는 아이는 끝없는 좌절을 겪어야 할 것이다. 아이가 「피아노」를 칠 즐 알고 「첼로」를 칠 즐 아는 것은 뭐 「교양의 분위기」도 「인격의 향상] 도 아니다.
부모의 사교적인 사치심이나 보호해준 구실을 했을까. 아이들은 즐겁게 뛰어 놀면서 위대한 사람으로 자란다. 천재의 어머니는 아이에게 아무 것도 요구하지 않는 법이다. 아이들은 개구쟁이 일때 정상으로 커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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