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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 공위의 전말(4)|통일에의 의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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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세계문제를 둘러싼 미·소 대립의 전말이라고 하는 전체의 한 부분이 한국문제에 관한 미·소공위의 전말이다. 세계문제와 무관하게 동떨어진 한국문제란 있을 수 없다. 그러므로 미·소 공위의 전말을 논하려면 부득이 세계문제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져야한다.
한국의 독립은 이미 「카이로」선언에서 약정되고 있었다. 그리고 미·소 공위는 2차 대전 중에 맺어진 연합국의 약정을 실천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서 개최되었었다. 1945년 12월에 있은「모스크바」3상 회의는 한국의 통일 독립정부를 수립하기 위하여 미·소 양 군사령부가 공히 노력할 것을 시달했었다. 원래 미·소 양국정부는 한국통일 독립정부를 수립해야한다는 원칙에는 모두 찬동했었다.
그러나 그들은 각기 자국의 세계정략과 부합되는 방향에서 한국통일독립이 실현될 것을 희구했거니와 양국의 세계정략은 도저히 합치 될 수 없는 것이었고 따라서 양국은 한국통일 독립정부 수립에 합의할 수가 없었다.
소련측 대표단의 저의는 한반도전체를 공산화합에 있었으며 처음부터 그러한 저의를 노골적으로 나타내 보였었다.
이에 대항하여 미국 측 대표단은 소련의 팽창중의를 봉쇄하기 위해서 전력을 다했었다. 븐시 미·소 공위의 수임사항은 ①미·소양군사령부가 행정 빛 경제의 양 부문에서 항구적인 정합기구를 설치할 것 ②한국통일 과도정부수립을 목표로 한국의 민주적 제정당과 협의하여 적절한 건의안을 작성할 것 등이었다. 그리고 동회의가 작성해서 제출할 건의안은 미·소 양국정부가 최종적으로 승인하기 전에 미·중·영·소 4대국 정부가 공동심의 하게끔 되어 있었다.
그런데 미·소 양측대표가 실제로 토의를 거듭함에 이르러 석차 보다더 명백하게 드러난 이견의 격차는 도저히 상용될 수 없는 것이었다.
일 예를 들면 미군당국은 장차 협의해서 결정지을 소련측과의 공동보조릍 고려하여 남한의 행정·경제제도 및 기구를 일제총독부시대의 그것대로 고스란히 「유보」 했었다.
그러한 미군당국의 처사는 순박하고 국제협약에 대한 이해가 없는 일반국민들의 많은 반감을 사기까지 했었다. 일제시대의 제도와 기구를 무조건 배격해야만 해방감의 충족을 느낄 수 있던 한국민은 미국인을 일종의 「조발성백치」라고 혹평하기까지 했었다. 물론 화폐도 「조선은행권」이란 일제시의 그 젓이 그대로 통용되고 있었다.
이에 반하여 소련군은 북한에서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전반에 걸쳐 사전에 계획해 두었던 대로 전부「혁명」해버렸었다. 실로 그것은『붉은 군대에 의한 혁명의 수출』이라고 하는「스탈린」주의의 전형적 표본이었다.
그러므로 미·소 공위가 수임한 제1항 즉 행정·경제 양 부문에 있어서 양군사령부가 통일성을 기한 정합기구의 설치를 협의한다는 과업이 성취될 리가 만무한 것이었다.
다음 통일과도정부수립을 목표로 한국의 민주적 제정당과 협력하여 적절한 건의안올 작성한다는 과업을 에워싸고 노출된 양측의 견해차이는 설명할 여지조차 없는 것이었다.
미군당국은 역시 전기한바 소련측과의 공동보조를 고려하여 중국에 망명 중이던 대한민국임시정부를 비롯해서 어떠한 형태의 권력기관도 이를 인정치 않고 『오직 미군정만이 통치권을 행사한다』는 입장을 고수했었다. 이로 말미암아 선태의 일반대중까지 미군당국의 의도를 곡해하는 폐단을 초래하기까지 했었다.
이토록 미군당국은 어리석을 정도로 소련과의 계속된 협조의 가능성을 계상하고 있었다. 2차 대전 중에 맺어진 소련과의 전우관계를 상금 청산치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동시에 미군정청은 그 당시 극좌로부터 극우에 이르는 모든 정치세력에 대하여 고지식한 법치주의로 임했었거니와 공산당이 강대한 합법정당으로 맹위를 떨칠 수 있는 그러한 분위기를 용인하고있었다.
반면 소련군은 제1극동전선군 제25군 특설부대소속 육군소좌 김일, 강건등 그리고 수십명에 달하는 한국인 2세 소련시민들을 표면에 내세워 인민위원회란 괴뢰정권을 조작하는 한편 친소적 정치세력이외의 모든 정당·사회단체를 해체하거나 괴뢰화 해버렸었다.
이와 같은 빙탄부상용의 미·소 양국정책이 공동위원회를 통해서 더욱 첨예화하였으니 미·소 공위가 요란스러운 공전만을 되풀이했을 뿐 아니라 소란스러운 공전으로 인하여한국민이 현기증을 일으키게 되었음도 당연한 일이라고 해야겠다. <외무부외교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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