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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층간소음 갈등,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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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공동주택 층간소음을 둘러싼 이웃 간 갈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설 연휴 기간에 층간소음을 놓고 다툼을 벌이던 이들 사이에 살인 사건까지 일어났다. 이제는 사회적 차원에서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해법을 모색해야 할 때다.

 지난 9일 서울 중랑구의 한 아파트에서 6층에 있던 김모(45)씨가 7층 부모 집을 찾은 30대 형제를 흉기로 찌르고 달아났다. 형제는 병원으로 옮겨지던 중 숨졌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층간소음에 항의하다 빚어진 말다툼 끝에 흉기를 휘둘렀다고 한다. 또 10일 서울 양천구에서는 소음·누수를 이유로 다세대주택 위층에 방화를 한 40대 남성이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극단적인 사례들이긴 하지만 층간소음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층간소음은 공동주택에 사는 주민 모두가 안고 있는 고민이다. 매일 소음에 노출돼야 하는 아래층 주민은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된다. 심한 경우 신경성 장애나 정서 불안으로도 이어진다. 위층 주민 역시 어쩔 수 없는 생활 소음 하나하나에 마음을 졸여야 한다. 층간소음이 이웃 간 시비로 번지는 이유다. 지난해 접수된 층간소음 피해 민원은 7000여 건에 달한다. 소음 피해 인정 기준이 낮에는 40dB(데시벨), 밤에는 35dB로 강화된다고 풀릴 성질의 일이 아니다. 천장과 바닥을 함께 사용하는 입장에서 서로 이해하고 양보하는 방안을 찾을 수밖에 없다. 층간소음의 주요 원인인 ‘아이들 뛰는 소리’를 줄이기 위해 자녀를 지속적으로 교육시키고 슬리퍼를 신기는 등의 노력이 요구된다. 또 집안 행사가 있을 때는 미리 주위의 양해를 구해야 한다.

 결국은 이웃에 대한 배려와 소통이 우선돼야 한다. 주민들 사이에 자율 조정이 이뤄지게끔 아파트 주민 관리 규약 등에 분쟁 해결 프로그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주택 설계 단계부터 방음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기준을 강화하고 기준 준수 여부를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층간소음은 주민·정부·건설사의 노력이 동반돼야만 풀릴 수 있는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