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멈춰 있던 서울 재건축 단지들이 속속 사업속도를 내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재건축 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 들어 있는 중개업소들엔 오랜만에 매수문의 전화가 잇따른다. 재건축 사업이 재개되면서 개발 기대감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지금 재건축 단지를 구입하면 투자성이 어떻게 될까. 중앙일보조인스랜드가 J&K부동산투자연구소와 공동으로 대표적인 소형 재건축 단지인 강남구 개포주공과 송파구 가락시영, 강동구 둔촌주공의 투자성을 따져봤다. 소형 아파트는 재건축으로 집을 훨씬 크게 넓힐 수 있고 일반분양분이 많아 재건축 시장의 인기주다.
시뮬레이션 결과 단지·주택형에 따라 5000만~3억원가량의 차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J&K부동산투자연구소 권순형 소장은 “재건축 시세가 많이 떨어지는 바람에 투자비용이 그만큼 줄어 투자성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현재 둔촌주공 73㎡형(이하 전용면적)은 84㎡형으로 재건축하는 경우 추가분담금이 없어 오히려 1억여원을 돌려받는다. 둔촌주공의 대지지분이 큰 편이고 일반분양분이 4000가구로 많아 기존 자산가치가 새 아파트 예상 분양가보다 높을 것으로 추산돼서다. 73㎡형의 현재 시세가 6억6000만원 정도여서 여기서 예상 환급금을 뺀 실제 투자비용은 5억5000만원가량이다. 재건축 후 시세의 가늠자가 될 만한 인근 올림픽선수촌 84㎡형의 시세가 7억5000만원. 재건축으로 대략 2억원을 벌 수 있는 셈이다.
가락시영 39㎡형을 84㎡형으로 늘릴 경우엔 1억원의 차익을 낼 것 같다.
둔촌주공·가락시영보다 일반분양분이 적은 개포지구의 수익성은 이보다 못할 것으로 보인다. 개포3단지의 일반분양분이 전체 건립가구 수의 4%인데 둔촌주공과 가락시영은 각각 15%가량 된다.
개포동 석영공인 이영숙 사장은 “개포 주공단지들은 강남의 ‘마지막 알짜’로 불릴 만큼 입지여건이 좋아 지금 예상보다 재건축 후 몸값이 더 많이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 단지에 투자할 때 따져봐야 할 점이 많다. 같은 지역이라도 용적률(사업부지 대비 지상건축연면적 비율)과 대지지분에 따라 투자성이 달라진다. 재건축 용적률은 비슷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기존 아파트의 용적률이 낮아야 재건축 일반분양분이 많아 수익성이 좋다. 대지지분이 크면 기존 자산가치를 높게 평가받을 수 있어 추가분담금을 줄일 수 있다.
앞으로의 주택시장 동향도 감안해야 한다. 주변 집값이 계속 떨어지면 입주 후 가치를 높게 평가받을 수 없다.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재건축 투자는 입주 때까지 긴 시간이 걸리고 변수가 많기 때문에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기보다 실수요 입장에서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권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