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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재건축 시뮬레이션 해보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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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집값이 많이 떨어진 바람에 소형 아파트 재건축 투자성이 좋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사진은 재건축이 활발한 서울 송파구 가락시영.

그동안 멈춰 있던 서울 재건축 단지들이 속속 사업속도를 내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재건축 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 들어 있는 중개업소들엔 오랜만에 매수문의 전화가 잇따른다. 재건축 사업이 재개되면서 개발 기대감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지금 재건축 단지를 구입하면 투자성이 어떻게 될까. 중앙일보조인스랜드가 J&K부동산투자연구소와 공동으로 대표적인 소형 재건축 단지인 강남구 개포주공과 송파구 가락시영, 강동구 둔촌주공의 투자성을 따져봤다. 소형 아파트는 재건축으로 집을 훨씬 크게 넓힐 수 있고 일반분양분이 많아 재건축 시장의 인기주다.

 시뮬레이션 결과 단지·주택형에 따라 5000만~3억원가량의 차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J&K부동산투자연구소 권순형 소장은 “재건축 시세가 많이 떨어지는 바람에 투자비용이 그만큼 줄어 투자성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현재 둔촌주공 73㎡형(이하 전용면적)은 84㎡형으로 재건축하는 경우 추가분담금이 없어 오히려 1억여원을 돌려받는다. 둔촌주공의 대지지분이 큰 편이고 일반분양분이 4000가구로 많아 기존 자산가치가 새 아파트 예상 분양가보다 높을 것으로 추산돼서다. 73㎡형의 현재 시세가 6억6000만원 정도여서 여기서 예상 환급금을 뺀 실제 투자비용은 5억5000만원가량이다. 재건축 후 시세의 가늠자가 될 만한 인근 올림픽선수촌 84㎡형의 시세가 7억5000만원. 재건축으로 대략 2억원을 벌 수 있는 셈이다.

 가락시영 39㎡형을 84㎡형으로 늘릴 경우엔 1억원의 차익을 낼 것 같다.

 둔촌주공·가락시영보다 일반분양분이 적은 개포지구의 수익성은 이보다 못할 것으로 보인다. 개포3단지의 일반분양분이 전체 건립가구 수의 4%인데 둔촌주공과 가락시영은 각각 15%가량 된다.

 개포동 석영공인 이영숙 사장은 “개포 주공단지들은 강남의 ‘마지막 알짜’로 불릴 만큼 입지여건이 좋아 지금 예상보다 재건축 후 몸값이 더 많이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 단지에 투자할 때 따져봐야 할 점이 많다. 같은 지역이라도 용적률(사업부지 대비 지상건축연면적 비율)과 대지지분에 따라 투자성이 달라진다. 재건축 용적률은 비슷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기존 아파트의 용적률이 낮아야 재건축 일반분양분이 많아 수익성이 좋다. 대지지분이 크면 기존 자산가치를 높게 평가받을 수 있어 추가분담금을 줄일 수 있다.

 앞으로의 주택시장 동향도 감안해야 한다. 주변 집값이 계속 떨어지면 입주 후 가치를 높게 평가받을 수 없다.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재건축 투자는 입주 때까지 긴 시간이 걸리고 변수가 많기 때문에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기보다 실수요 입장에서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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