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선축구] 장군멍군, 한국 미국에 신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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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가 상대를 2002년 한·일 월드컵 16강을 위한 제물로 생각하고 있는 한국과 미국은 밀물과 썰물이 오가듯 전·후반을 나눠 상대를 압박했다.

전반 한국은 빠른 공·수 전환과 양 측면 돌파로 미국 진영을 파고 들었다. 속수무책으로 한국의 공격을 바라만 봤던 미국도 후반 들어 수비에서 공격으로 한번에 넘어오는 긴 패스로 한국 문전을 위협했다. 내년 월드컵 조별예선에서 서로가 만만히 볼 수 없는 상대임을 확인한 한판이었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9일 서귀포 제주월드컵경기장 개장경기에서 전반에 터진 유상철의 결승골로 미국을 1-0으로 꺾고 ‘미리보는 월드컵 예선’ 한·미간 대결에서 승리를 거뒀다.

차가운 겨울비가 뿌리는 가운데 경기가 시작됐지만 한국 선수들은 전혀 움추리는 기색없이 초반부터 미국을 몰아붙였다.

전반 8분 이을용의 패스를 받은 박지성의 슈팅이 미국 골키퍼 자크 손튼을 맞고 나오자 이을용이 재차 슈팅을 시도했으나 손튼에게 잡혔다. 하지만 매서운 공격으로 일단 미국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 한국은 전반 12분 유상철이 미국진영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찬 직접 프리킥이 수비에 맞는 바람에 아까운 찬스를 놓쳤다.

전반 20분 한국이 얻은 두번째 코너킥이 제주 월드컵 경기장의 개장 첫골로 이어졌다. 이천수가 오른쪽에서 올린 코너킥을 샌드위치 마크를 당하던 유상철이 솟구쳐 헤딩으로 공의 방향을 미국 골문 왼쪽으로 틀었다. 심한 회전을 먹은 공은 크로스바에 이어 왼쪽 골포스트를 맞은 뒤 미국 골네트를 흔들었다.

미국은 전반 27분 조쉬 월프의 프리킥이 한국 수비벽에 맞고 힘없이 골키퍼 김병지의 손으로 흘렀다. 이 프리킥이 전반전 통틀어 한국을 위협한 유일한 공격이었다.

하지만 후반전에 접어들자 미국은 전혀 다른 팀이 됐다. 전반전을 통해 한국의 ‘수(手)’를 읽었다는 듯 거세게 밀고 들어왔다.

미국은 후반 4분 제프 아구스의 프리킥이 크로스바를 살짝 넘겼고, 후반 15분 크리스 아마스의 중거리 슈팅으로 한국 문전을 위협했다.

후반 34분 미국의 코너킥은 골문 앞에서 혼전 중에 아크서클 쪽으로 흘렀고 아구스는 회심의 슈팅을 날렸다. 한국관중들의 경악 속에 뻗어나간 공은 오른쪽 골포스트를 맞고 튕겨나갔다. 전·후반 90분을 합쳐 미국으로서는 가장 절호의 찬스였지만 따라주지 않는 운을 원망할 수 밖에 없었다.

한국은 후반 종료직전 이천수의 크로스패스를 최태욱이 노마크 찬스에서 슛을 날렸으나 골포스트를 살짝 빗나갔다.

◇전적
한국 1-0 미국
득 유상철(전20·助이천수·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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