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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남은 소치 겨울올림픽 개최 준비 차질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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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 준비 때문에 화가 잔뜩 났다. 1년 앞으로 다가왔는데 적신호가 켜졌기 때문이다. 7일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자크 로게 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1년 카운트다운 행사를 열었지만 푸틴의 속은 편치 않았다. 예산이 당초보다 다섯 배나 껑충 뛴 데다 공사도 지연되고 있어서다. 푸틴은 소치 올림픽을 러시아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계기로 삼기 위해 2007년 유치전 때부터 전격적으로 지원해 왔다.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 준비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가운데 현장을 방문한 푸틴 대통령(앞줄 왼쪽에서 둘째)이 어두운 표정으로 관계자들의 설명을 듣고 있다. [AP]

6일(현지시간) 소치를 방문한 푸틴 대통령의 분노는 주요 경기 시설인 스키 점프대 공사 현장에서 폭발했다. 공사가 2년 이상 지연됐고 예산도 4000만 달러에서 2억6500만 달러로 뛰었다는 설명을 들은 푸틴의 얼굴엔 분노의 기색이 어리기 시작했다고 AP·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은 8일 전했다.

긴장된 분위기가 짙은 가운데 푸틴이 “책임자가 누구냐”가 묻자 드미트리 코자크 부총리가 아흐메드 빌라로프 러시아 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을 조용히 가리켰다. 푸틴은 “공사를 이렇게 질질 끌고 있다니 참 잘하고 있구먼”이라고 비꼰 후 해임 지시를 내렸다. 이 장면은 러시아 곳곳에 중계됐다.

러시아는 2007년 흑해 휴양지인 인구 30만의 소도시 소치에 겨울올림픽을 유치하면서 100억 달러의 예산이 들 것이라 발표했지만 현재 투입된 예산만 367억 달러에 달한다. 러시아 정부는 최근 예산을 500억 달러로 정정했지만 최대 667억 달러까지 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아열대 기후라 눈 확보에 대대적 예산이 드는 데다 기반 시설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이 현장을 방문한 6일에도 수은주는 섭씨 11도를 가리켰다.

러시아 정부가 제시한 500억 달러는 역대 올림픽 중 개최비가 가장 많이 들었던 2008년 베이징 여름올림픽의 440억 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액수다. 여름올림픽에 비해 규모가 작은 겨울올림픽임에도 소치 올림픽에 사상 최대 비용이 들어가는 셈이다. 더딘 공사 진척률도 골치다. 379개 시설 중 현재 153개만 완공된 상황이라고 FT는 8일 전했다.

한편 2014년 올림픽 유치전에서 소치에 패한 후 2018년 대회 유치에 성공한 평창은 준비가 착착 진행되고 있다. 로게 IOC 위원장은 지난달 평창을 처음으로 방문한 후 “준비 상황이 낙관적”이라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전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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