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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핵실험 강행 중국의 겉과 속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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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9호 29면

중국이 공을 엄청 들이고 있다. 북한 핵실험을 저지하기 위해서다. 중국 외교부가 베이징에 있는 북한 외교관을 세 번 소환한 그런 노력이 심상치 않아 보인다. ‘혈맹 관계’라는 양국이 ‘정면 충돌했다’는 관전평까지 나온다. 그런데 ‘중국 외교부 청사에서 고성이 오갔다’는 추측성 보도에 대해선 이견이 많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그건 아니다’는 반응이 우세하다. 1997년 황장엽 망명 사건 당시 그를 한국으로 보내려고 할 때 북한 외교관이 화가 나 ‘의자를 집어 던졌다’는 소문에 비하면 더더욱 그렇다. 천안함 폭침 사건 당시엔 류우익 당시 주중대사와 중국 당국자 사이에 ‘고성이 오갔다’는 말이 베이징 외교가에서 회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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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중 ‘불협화음’을 어떻게 봐야 할까. 한국 정부 입맛에 맞춰 해석하기보다는 중국 측 시각에서 바라보는 게 객관적일 것이다. 특히 이번 사태 전까지 북·중 관계는 상당히 좋은 편이라는 평가가 압도적이었다. 지난해 12월 24일 북한의 새 지도자 김정은이 후진타오(胡錦濤)의 70세 생일을 맞아 축전을 보낸 것을 중국 측은 아주 긍정적인 신호로 보고 있었다. 이런 배경에서 중국의 북핵 저지 노력을 보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북핵 문제는 중국이 예민하게 다루는 사항이다. 스인훙(時殷弘) 인민대학 교수는 ‘북한의 핵실험은 중국이 유엔 제재에 동의하는 기준’이라고까지 했다. 동북아 정세에 끼치는 국제정치 차원에서도 그렇지만, 과거 두 차례의 핵실험 장소가 중국과 가까워 국경지역 소학교 학생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중국 측이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둘째, 이번 핵실험은 중국 측에서 볼 때 타이밍이 좋지 않다. 일본과는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영유권 갈등을 빚고 있다. 미국과는 제2기 임기가 막 시작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로의 회귀’ 전략을 돌려놓고 약화시켜야 할 때다. 중국의 이런 대외 전략이 북핵 때문에 악영향을 받는 게 내심 불편할 것이다.

셋째, 중국은 이번 설득을 통해 김정은의 가치관과 대중(對中) 인식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 민생 문제를 강조한 그가 북한의 덩샤오핑(鄧小平)이 될 것인지, 아니면 아버지 김정일처럼 폐쇄정책을 고집할 것인지 판가름 난다고 본다. 현재로선 중국 말을 듣지 않을 가능성이 아주 크다. 하지만 중국 측은 김정일 시대보다는 설득할 여지가 있다고 본다.

넷째, 중국 측은 이번 핵실험의 목표가 김정은이 군부 내에서 영향력을 확실히 굳히는 ‘국내용’이라고 본다. 그래서 핵실험 포기 시 북한 군부로부터 ‘사대주의에 굴복했다’는 반발을 받을 수 있다. 그런 만큼 설득이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다. 권력 기반이 약한 김정은 체제가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단기적으론 군부 지지를 얻어 자신의 위상을 강화할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군부에 끌려다니게 돼 개혁·개방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중국 측은 우려한다.

이런 몇 가지 관점에서 볼 때 중국의 강경한 설득 행보는 대북정책의 전면적인 변화를 의미하는 게 아니다. 북한의 핵실험 강행 이후 중국은 유엔 안보리 제재에 동참하고 북·중 관계는 한동안 냉각기를 맞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북·중 관계는 정상화될 수밖에 없다. 북한의 대중국 경제의존도를 보든 중국의 전략적 필요성을 보든 양측의 이해관계가 장기적으로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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