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국제업무지구 좌초 위기에 건설사만 ‘냉가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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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일기자]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이 좌초 위기에 놓이면서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는 투자자들이 있다. 사실 이 사업에 투자한 30개 회사가 다 그렇지만, 특히 이들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 간다.

바로 국제업무지구 개발 주체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의 지분 20%를 갖고 있는 건설 투자자들이다. 삼성물산을 비롯해 GS건설·현대산업개발·금호산업·포스코건설 등 17곳이 적게는 20억원에서 많게는 640억원까지 총 2000억원을 투자했다.

그런데 이들은 투자금을 몽땅 날리게 낼 가능성이 큰데도 이렇다 할 입장 표명조차 없다. 정확히는 입장 표명 자체를 두려워 하고 있다.

건설투자자 2000억원 투자

건설투자자들은 사업 이익에서 가져갈 배당수익보다도 개발 사업 과정에서 나올 초고층 빌딩 등의 건설 공사 수주를 목적으로 투자한 것이다.

그런데 이들은 최근 드림허브와 롯데관광개발 등 드림허브의 1,2대 주주간 기싸움을 보면서 속만 태우고 있다.

디폴트(부도)로 당장 2000억원에 이르는 출자금을 날릴 위기에 처했지만 의사결정기구인 드림허브 이사회에서 의견조차 내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드림허브 이사회는 총 10명으로 코레일 측 3명과 롯데관광개발 측 2, 푸르덴셜자산운용, 삼성물산, 삼성SDS, 미레에셋자산운용, KB자산운용 각 1명으로 구성돼 있다. 지분을 20%나 가졌지만 이사회에는 단 1명만이 있는 셈이다.

그나마 삼성물산이 이 사업 주도권을 쥐고 있던 지난 2010 8월 이전에는 사정이 더 나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2대 주주인 롯데관광개발이 사업을 주도한 이후에는 이사회 근황 등 사업 전반에서 더 소외되고 있다는 것이 일부 건설투자자들의 불만이다.

“입장 표명 자체가 부담”

그런데 건설투자자의 속이 타는 이유는 따로 있다. 국내 공공공사 주요 발주처 중 한 곳인 코레일 때문이다. 건설투자자 입장에서는 철도 공사 수주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 있어 불만을 속으로 삭여버리고 마는 등 끙끙 앓고 있는 것이다.

일부 건설투자자는 코레일에 반대 입장을 표출하는 자체를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가뜩이나 공공공사 수주 물량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주요 발주처 중 하나인 코레일에 밉보이면 철도 공사 일감이 끊기는 등 사업상 타격도 배제할 수 없는 까닭이다.

한 출자건설사 관계자는 “돈을 날릴 가능성도 큰 것도 억울한데 사업관계 탓에 이눈치, 저눈치 봐야하는 상황”이라며 “그렇다고 이사회에서 결정권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그저 질질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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