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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 열광 '레 밀리터리블'만든 공군 알고보니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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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설! 제설! 삽을 들고서, 제설! 제설! 넉가래로 밀어.”

“제설! 제설! 넌 2년 남았어, 제설! 제설! 내일도 내리지.”

22 전투비행단. 광활한 활주로에서 삽을 든 장병들이 장중한 코러스에 맞춰 제설 작업을 하고 있다. 작업을 하던 한 장병은 “하나님 왜 절 버리십니까”라며 절규한다.

제설 작업을 하고 있는 이병 장발장에게 자베르 중위는 ‘군번 24601’이라고 부르며 여자친구 코제트의 면회를 알린다. 면회 종료시간이 다가오는 상황, 당직사관 자베르 중위와 장발장의 갈등은 증폭된다. 여자친구를 홀로 남겨두고 제설작업에 복귀한 장발장 이병은 동료 장병들의 위로를 받고, 곧 봄이 올 것이라는 희망의 노래를 부른다.

공개되자마자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공군본부 미디어영상팀의 ‘레 밀리터리블’ 의 내용이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레 미제라블’을 패러디한 이 영상은 6일 오전 공군 블로그 ‘공감’과 유튜브를 통해 공개되자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며 화제가 되고 있다.

영화 ‘레 미제라블’에서 자베르 역을 맡은 배우 러셀 크로우가 자신의 트위터에서 리트윗하며 해외 네티즌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레 밀리터리블’은 기획·연출·촬영·출연·편집 모든 과정을 현역 장병이 직접 참여했다. 연출을 맡은 정다훈 중위(25)는 영화 OST를 직접 편곡하고 개사했고, 군악대 병사들이 노래와 연주를 맡았다.

이 영상을 기획한 김경신 중위(27)는 “올해 유난히 눈이 많았고, 장병들이 제설 작업 때문에 고생하고 있어서 제설 작업의 애환을 영화 레미제라블 패러디로 그려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고 제작하게 된 계기를 말했다.

장병들이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했다 [사진=공군본부 미디어영상팀 제공]

제작기간은 단 한 달. 70여 명의 출연진이 참여한 이 영상은 장비 대여비 55만원을 제외하면 간식비만 투입된 ‘저 예산 고 퀄리티’ 제작물이다.

출연한 장병들의 수준높은 노래 실력도 놀랍다. 장발장 역을 맡은 이현재 병장(24)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성악을 공부하고 있다. 이 병장은 “자베르 역을 맡은 김건희 병장과 동기로 매우 친한데, 극중 대립하는 연기를 하니 웃음이 나와 힘들었다”며 촬영 후기를 밝혔다.

자베르 역의 김건희 병장(28) 역시 독일 쾰른음대에서 성악을 공부하고 있다. 전역 후 뮤지컬 가수를 꿈꾸고 있다는 김 병장은 “이렇게 반응이 뜨거울 줄 몰랐는데 기쁘다”며 첫 연기 소감을 전했다.

코제트 역으로 극중 유일한 여성 출연자인 이민정 중위는 계명대학교 성악과를 졸업했다. 이 중위는 “영상을 통해 많은 분들에게 웃음을 드릴 수 있어 기쁘다”며 “제설뿐 아니라 지금 이 시간에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헌신하고 있는 대한민국 모든 군인들에게 따뜻한 격려를 보내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장병들의 노래가 들립니까 비행단에, 봄이 오길 기도하며 눈이 그치길 원해. 쓸어도 끝이 없는 활주로의 눈 무더기. 하지만 나는 괜찮아 곧 봄이 와.”

영상의 말미에 나오는 합창에서 봄을 기다리는 장병들의 마음이 전해진다.

차기작품 계획을 묻자 정다훈 중위는 “싸이의 고충을 알겠다”며 “이제 사람들이 차기 작품에 기대가 클 텐데 천천히 생각해 봐야 겠다”고 행복한 고민을 토로했다.

공군본부 미디어영상팀은 공군 블로그 ‘공감’(www.afplay.kr), 페이스북(facebook.com/rokairforce), 트위터(@afplay) 등을 관리하며 공군 홍보의 한 축을 맡고 있다. 공군은 SNS의 영향력 증대 등 변화하는 미디어환경에 맞춰 지난해 3월 미디어영상팀을 별도 편성했다.

석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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