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피버노바' 미끌미끌 골키퍼들 "죽음의 공"

중앙일보

입력

"골키퍼들은 거의 죽었다고 봐야죠."

6일 오전 훈련을 마친 뒤 한국축구대표팀 골키퍼 김용대(연세대)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공이 미꾸라지처럼 손에서 쏙쏙 빠져나간다며 연습을 단단히 해야겠다고 했다.

김병지(포항 스틸러스)도 "날아오는 공의 속도가 예전보다 훨씬 빠른 것 같다"고 했다.

기존의 공보다 탄력을 크게 높였다는 2002 한.일 월드컵 공식구 '피버노바'(사진)가 9일 열리는 한국과 미국의 평가전에 적지않은 변수가 될 전망이다.

피버노바로 훈련 중인 대표팀 골키퍼들은 공의 회전력이 크고 스피드도 빨라져 방어하는데 상당한 애로가 있다고 털어놓았다. 따라서 내년 본선 때까지는 충분히 대비를 하겠지만 이번 평가전의 경우에는 기존 공에 익숙한 골키퍼들이 '알을 까는' 등 실수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골키퍼뿐 아니다. 중거리슛에 능한 선수들에게도 피버노바는 쉽지 않은 공이다. 최태욱(안양 LG)은 "정확히 차지 않으면 공이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곤 한다"고 말했다. 이천수(고려대)도 "중거리슛을 때릴 때 의도한 대로 날아가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팀의 허진 언론 담당관은 "공이 당구공처럼 민감해 정확한 타점을 찾지 않으면 제대로 방향을 잡을 수가 없다고 선수들이 호소한다"고 전했다.

미국팀의 브루스 아레나 감독도 "공이 빠르게 굴러 패스미스가 나는 등 선수들이 새로운 공에 아직 적응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공의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발빠른 젊은 선수가 주축인 한국이 유리할지, 문지기가 든든한 미국에 이점이 있을지 9일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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