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뒤집기] 새 위스키 나오면 강남 술집 대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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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 신제품이 하나 나오면 서울 강남지역에 있는 유흥업소는 대목을 만난다. 위스키 회사가 마케팅 활동에 뿌리는 돈이 주로 이 지역에 몰리기 때문이다.

위스키 회사들은 신제품을 시장에 정착시키기 위해 맨처음 서울 강남지역을 집중 공략한다. 지난 4일 '발렌타인 마스터스'를 선보인 진로발렌타인스도 강남지역에만 이 제품을 공급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강남에서 호평을 받아 소문이 나면 다른 지역 술집에서도 공급해달라고 요청할 것이라는 계산에서다. 발렌타인 가문이 위스키 신제품의 첫선을 한국시장에서 보인 만큼 마케팅도 발렌타인의 명성을 걸고 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위스키시장은 연간 1조2천억원 규모에 이른다. 이 중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서 팔리는 위스키가 70% 정도를 차지한다. 서울만 놓고 보면 강남지역 매출이 60%, 강북이 40% 정도다.

그러다 보니 서울에서도 강남지역에서 어떤 평가를 받느냐에 따라 그 위스키 제품의 성패가 판가름난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진로발렌타인스는 마스터스를 당분간 서울 강남 이외에는 공급하지 않을 방침이다. 일단 강남에서 살아 남아야 국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보고 '강남 뿌리내리기'에 전력투구하겠다는 것이다.

서울 강남지역에는 룸살롱.나이트클럽.바 등 위스키를 많이 소비하는 대형 업소가 줄잡아 3천여곳이 있다.

위스키 회사들은 이 중 2백여곳씩을 서로 집중관리하면서 판촉기반으로 활용한다. 위스키 신제품의 성공 여부가 이들 2백여 업소에서 결판나는 셈이다.

진로발렌타인스가 4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마스터스 출시기념회를 열면서 강남지역 술집 주인과 룸살롱 마담 등 1백50여명을 초청한 것도 이 지역에 얼마나 신경을 쓰고 있는 지를 보여준다.

진로발렌타인스는 또 마스터스를 통해 경쟁회사 제품의 등급을 끌어내리는 전략을 썼다. 마스터스가 공격대상으로 삼은 제품은 씨그램 코리아의 윈저17이다.

마스터스는 프리미엄급(12년산)과 슈퍼프리미엄급(17년산)의 중간인 딜럭스급에 속한다고 회사측은 발표했다.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등급을 새로 만든 것이다. 이는 다분히 윈저17을 의식한 것이다. 위스키 원액의 숙성기간이 17년 이상이면 슈퍼프리미엄급으로 분류하는 기준에 따라 윈저17이 발렌타인17년산과 같은 등급으로 취급받는 게 못마땅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스터스를 내놓아 윈저17을 딜럭스급으로 끌어내리면서 발렌타인17년산과 구분하게 하려는 것이다.

이종태 기자 ijot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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