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시론

세계 빈곤퇴치에 청년이 앞장서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최도성
한동대 국제화부총장

지구상에는 어려운 이웃이 많다. 세계 인구의 14%는 하루 천원 미만으로,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은 삼천원 미만으로 살아간다. 더럽고 비위생적인 물이지만 어쩔 수 없이 마시는 사람도 수억 명에 달한다. 먹을 것과 약이 없어 하루에 2만2000명 이상의 어린아이가 죽어가고 있다. 쓰레기더미를 뒤져 먹을 것을 찾는 어린이들이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유엔은 2015년까지 세계의 가난을 절반으로 줄이는 ‘새천년개발목표’의 달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2010년 유엔아카데믹임팩트(http://outreach.un.org/UNAI)를 창립, 각국의 대학이 가입해 빈곤퇴치 등 유엔 활동을 돕도록 요청했다. 현재 전 세계 860개 대학이 참여하고 있으며, 이 중 52개가 한국의 대학이다. 한국의 가입 대학들은 지난해 유엔아카데믹임팩트 한국협의회(공동회장 김영길 한동대 총장, 오연천 서울대 총장)를 설립해 외교부 주관 개발협력연대, 코이카 등과 함께 빈곤국 개발에 협력하고 있다.

 새 정부가 글로벌 봉사단을 조직해 빈곤국 개발현장에 청년들을 보내려 한다는 반가운 소식이 있다. 약 60년 전 우리나라가 가난했을 때 받았던 선진국의 도움을 이제 갚는 것이다. 청년들의 국제개발 참여는 개도국의 빈곤 탈피를 돕고 어려운 이웃에게 사랑을 베푸는 고귀한 일이다. 청년들 입장에서도 매우 유익한 일이다. 젊을 때부터 국제 현안의 안목을 키우고 인식수준을 높이는 등 글로벌 시민으로서의 역량을 습득하는 이득이 있고, 여기서 얻어지는 해외 현장경험은 향후 해외취업이나 창업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청년들의 국제개발 참여가 효과가 있으려면 대학 교육이 학생들의 글로벌 역량을 키우는 방향으로 변해야 한다. 빈곤 및 질병퇴치, 평화, 환경보호 등 글로벌 문제에 대한 포용적 인식을 가진 시민을 만드는 교육을 해야 한다. 그 좋은 방법 중 하나가 국제개발 현장에서의 봉사를 통한 교육, 즉 해외봉사학습이다. 빈곤국 현장에서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하며 그들이 꿈과 희망을 가지도록 돕는 것이다. 또 한번 다녀오는 봉사로 끝내는 것이 아니고 이들이 빈곤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비즈니스 기회를 찾아내고 기업가정신을 지속적으로 심어주는 것이다.

 필자가 재직 중인 한동대도 매년 전교생의 10% 이상이 방학을 이용해 개발도상국 현장에 가서 국제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대학생들이 지도교수와 함께 학기 중 열심히 개발한 적정기술을 보급해 현지인들의 삶을 총체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아프리카의 르완다·케냐·말라위·가나, 아시아의 몽골·캄보디아·태국 등지에서 이 학생들이 주민들과 함께 중소기업을 일으켜 가난에서 벗어나는 ‘배워서 남 주자’를 수년간 실천해 오고 있다. 졸업생 중 상당수는 해외 현지에 적합한 업종을 찾아 창업해 중소기업을 키우고 있다. 이것이 바로 글로벌 산학협력이다.

 이제는 우리 대학들이 세계의 대학과 함께 보다 더 조직적으로 국제개발 현장에 참여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 대학들이 국제개발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정부의 과감한 지원과 기업들의 참여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지원은 청년들의 해외봉사뿐만 아니라 앞으로 해외취업, 해외창업 등으로 이어져 글로벌 청년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이다.

 세계 빈곤은 정말 심각하다. 세계의 어려운 이웃들은 지금 꿈과 열정과 뜻을 가진 우리 청년들을 부르고 있다. 한국의 대학과 젊은이들이 새천년개발목표의 성취를 선도하고 세계 빈곤을 물리치는 데 앞장설 때다.

최 도 성 한동대 국제화부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