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마이크론 제휴] 손 잡는 이유 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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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철강 등 여타 업계도 생존을 위한 '덩치 불리기'노력이 한창이지만 메모리 반도체는 산업의 특성상 그 요청이 더욱 절박하다. 짧은 주기로 발전을 거듭하는 D램의 고집적.초미세 양산 기술을 받쳐주려면 제조를 위한 연구개발은 물론이고 장비.재료 등이 비싸져 관련 투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1990년 중반만 해도 5천억~7천억원 수준이던 팹(생산라인)건설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지난해엔 2조원 언저리가 됐다. 향후 3백㎜ 웨이퍼에 0.12미크론 이하의 차세대 첨단제품을 양산하려면 3조원짜리 생산라인를 지어야 할 판이다. 반면 D램 반도체 값은 IT침체와 맞물려 바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LG투자증권의 박영주 애널리스트는 "어지간한 규모의 업체는 첨단 생산라인을 갖추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지고 있다"며"세계 반도체 업계가 '빅3'구도로 가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이닉스반도체와 마이크론간의 제휴 추진은 세계 반도체 업계의 재편에 순응하려는 부득이한 조치라는 것이다. 세계 5~7위권이던 일본 NEC.히타치가 이미 지난해 메모리 부문을 합쳐 엘피다라는 회사를 설립해 일찌감치 홀로서기를 포기했다.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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