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거래소 뛰자 코스닥 당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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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영국 금융감독청이 인증한 투자적격 시장이다."

4일 오전 서울 조선호텔.박창배 증권거래소 이사장은 주요 코스닥업체 대표들이 모인 자리에서 거래소 자랑을 늘어 놓았다. 그는 "코스닥 업체가 거래소로 옮기면 보다 안정적인 주주를 확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증권거래소가 코스닥시장 등록 기업을 모시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거래소는 이날 KTF.국민카드.기업은행 등 11개 코스닥 업체 대표와 LG카드 등 11개 장외기업 대표를 초청,'상장 지원을 위한 CEO(최고 경영자)간담회를 열었다. 말이 지원이지, 사실상 거래소로 와달라고 간청한 것이다. 거래소가 이처럼 코스닥 기업 대표들을 초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거래소 계획=거래소는 오는 13일 상장요건을 갖춘 코스닥업체와 비상장업체, 1백40개사의 실무진을 대상으로 상장 설명회를 연다.거래소가 이렇게 코스닥 업체를 모시기 위해 안간힘을 쏟은 적이 없었다. 1999년 이전만 해도 코스닥 업체들의 꿈은 거래소 상장이었다.

그러나 코스닥이 유례없는 호황을 누린 99년과 2000년에는 코스닥 업체들이 거래소를 외면했다.전반적으로 상장업체보다 등록 업체의 주가가 훨씬 높았기 때문.이로 인해 거래소로 옮기는 등록업체는 크게 줄었다. 거래소는 이를 계기로 몸을 바짝 낮췄다. 지나치게 엄격한 상장요건도 지난해 7월 완화했다.

◇ 당황하는 코스닥=코스닥증권시장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거래소가 눈독을 들이고 있는 KTF.국민카드 등 11개사가 코스닥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시가총액 기준)이 25.5%나 되기 때문. 가령 KTF 한 종목만 이탈한다해도 코스닥의 시가총액이 15.6% 줄어든다.

코스닥증권시장 강정호 사장은 체질개선을 통해 등록업체들을 붙잡겠다고 밝혔다.

姜 사장은 "감리시스템과 공시제도를 정비하고 불공정거래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 코스닥시장의 이미지를 개선하겠다"며 "이를 통해 코스닥시장에 있는 것이 이익이 된다는 인식을 등록업체에 심어주겠다"고 말했다.

◇ 왜 옮기려는가=코스닥 업체는 무엇보다 상장업체가 주는 이미지를 높게 평가했다. 또 지난해 하반기이후 코스닥 거품이 빠지면서 코스닥에 눌러 않아있으면 주가도 오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중소기업은행 김종창 행장은 지난달 기업설명회에서 "은행주중 기업은행이 유일하게 코스닥에 있는 바람에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상장요건을 충족하는 대로 거래소로 옮기겠다"고 밝혔다.

◇ 외국은 어떤가=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이 등록업체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지 오래다.

올들어 10월말 현재 E*트레이더.BMC소프트웨어 등 26개사가 NYSE에 새둥지를 틀었다.그러나 NYSE는 정작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인텔 등을 모시는 데는 실패했다.

이희성 기자 budd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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