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다시 해보고 싶어 소액사건 전담법관 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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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16층 무궁화홀. 이순(耳順)을 바라보는 심창섭(59·사법연수원 9기·사진) 판사의 얼굴엔 긴장감이 흘렀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이날 심 판사를 포함해 소액사건 전담법관으로 임용된 3명의 판사에게 임명장을 건네고 손수 법복을 입혀줬다. 심 판사는 18년 동안 판사로 재직하다 2000년 법원을 떠났다. 유명 로펌 파트너 변호사로 있던 그는 지난해 소액사건 전담법관 임용심사에 지원했다. 전담법관제는 법조 경력자 가운데 판사를 임용하는 법조일원화 제도에 따라 올해 처음 도입됐다. 심 판사는 “변호사로 일하는 게 경제적으로 더 여유로울지 몰라도 재판을 다시 해보고 싶은 갈망이 있었다”고 했다.

 - 다시 법복을 입으신 소감은.

 “처음 판사가 됐을 때만큼 긴장된다. 재판 받는 입장을 10년 넘게 경험했다. 당사자의 심정을 헤아릴 수 있는 재판을 하고 싶다.”

 - 첫 소액사건 전담법관이 되셨는데.

 “소송가격 2000만원 이하의 민사재판을 하게 된다. 내게 오는 사람들은 더 예리하게 대립하고 감정의 골이 깊을 것이다. 결국 한 쪽의 손을 들어줘야겠지만 재판과정에서 당사자의 말을 충분히 들어주고 판사가 관심을 기울인다는 느낌을 받게 해드리고 싶다.”

 - 법조일원화에 따라 앞으로 다양한 법조직역에서 판사로 오게 된다.

 “이제 재야에서 판사로 오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질 것이다. 첫 사례가 된 만큼 법조일원화 정착과 신뢰받는 법원을 위해 노력할 생각이다.”

 - 임기(10년)를 채우지는 못 할 것 같다.

 “임기 전에 정년(65세)을 맞게 되겠지만 그게 오히려 영광스러울 것 같다.”

 이날 심 판사 외에 우광택(54·16기) 판사가 서울중앙지법 소액전담법관으로 임명됐다. 우 판사 역시 20년 간 판사로 재직하다 6년 만에 돌아왔다. 광주지법 소액전담법관으로는 변호사 출신인 양동학(55·16기) 판사가 임명됐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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