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원 경작 이민우씨 "농사 짓다 사장 됐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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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아산시 음봉면 의식리에서 배농사를 짓고 있는 이민우(李敏雨.58)씨는 농민이자 어엿한 무역회사 사장이다.

고교 졸업 후 30년 넘게 배와 씨름해온 李씨는 3년 전 '민우무역상사'를 세우고 일본에 배를 수출하기 시작, 지난해 2억원대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물량을 늘려 총매출 3억원은 거뜬히 넘어설 수 있으리란 기대다.

李씨는 같은 마을 40가구에서 기른 배와 단호박 가운데 최상품을 골라 수출한다. 그가 마을 전체의 수익을 책임지는 것이다.

1만5천평의 농장에서 배와 단호박을 직접 재배하는 李씨는 올해 각각 70t,30t씩을 생산해 연 6천만원이 넘는 고소득이 예상된다.

李씨는 또 홈페이지(bae.nongga.com)를 통한 전자상거래도 하고 있다. 1999년 농림부 지원을 받아 홈페이지를 만든 뒤 사이버거래가 점점 늘어 현재는 생산량의 30%를 인터넷 판매로 해결한다. 농업인사이버동호회 중앙회장도 맡고 있는 그는 농협대학 등에서 사이버 거래를 강의할 정도의 '컴도사'이기도 하다. 지난달 11일에는 농촌 소득증대를 통해 국가산업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통관수속이 어렵고 입맛마저 까다로운 일본에 배를 수출하게 된 것은 순전히 그의 고집 덕분.

94년 농촌지도자회 주선으로 방일,규슈 오이타(大分)농산물시장의 새벽 경매장을 들러본 것이 수출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됐다. 멕시코 호박, 대만 귤, 중국 대파 등 수입 농산물이 높은 값에 팔리는 것을 보고 "우리라고 못할 게 있느냐"는 생각을 했다.

당시 국내에서는 배재배 농가가 크게 느는 추세여서 몇년 안에 국내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던 터.

그는 귀국한 지 이틀 만에 무역경험이 있고 일본어에 능통한 친지와 함께 다시 일본으로 건너가 가격 등 수출조건을 따져본 뒤 자신을 얻었다.

李씨는 이웃 배재배 농민들에게 "몇년만 밑지고 팔면 한국배 맛을 본 일본 사람들이 반드시 우리 것을 찾게 돼 소득이 높아질 것"이라고 설득해나가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4년 뒤 일본에 배를 처녀 수출했고, 지난해부터는 일본 내 수입배 가운데 최고의 가격을 받고 있다.

아산=조한필 기자 chop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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