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잘 안 씹는 아이들, 턱 좁아져 치아 삐뚤빼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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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턱이 좁아져 덧니나 부정교합을 가진 어린이들이 늘고 있다. 연대치과대병원 이제호 교수가 부정교합이 있는 아이에게 이 닦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김수정 기자]

올해 7살인 한정효(여·서울 개포동) 양은 요즘 한창 이 갈이 중이다. 젖니가 빠지고 영구치가 올라오는 중이지만 벌써 덧니가 될 조짐이 보인다. 턱이 발달하지 못해 이가 날 자리가 부족했던 것. 충치도 생겨 병원에 다니고 있다. 한 양의 엄마 조경미(41)씨는 “아이가 잘 씹지 못해서 그런지 밥을 잘 안 먹는다. 키 성장도 조금 늦은 편”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도 머지않아 덧니 공화국이 될 것 같다. CDC어린이치과병원 통계에 따르면 작년 충치 등 상담을 목적으로 내원한 어린이(교정치료 목적으로 내원한 어린이 제외) 1048명 중 74.5%가 부정교합 또는 예비 부정교합 환자였다. 치열이 고른 아이는 25.5%였다. CDC어린이치과병원 이재천 원장은 “개원 20여년 전에는 부정교합 환자가 60% 정도에 머물렀다”고 말했다. 연세대치대병원 통계에서도 마찬가지 양상을 보였다. 2004년 부정교합으로 내원한 환자 수는 37명이었지만 차츰 늘어 2012년에는 466명이었다. 연세대치과대병원 소아치과 이제호 교수는 “어린이 부정교합이 증가하는 가장 큰 원인은 좁아진 턱”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한국인의 턱 용적은 예전 보다 많이 줄었다. 지식경제부 산하 기술표준원이 발표한 ‘한국인 체형 정보’에 따르면 1970년대 이후 출생한 신세대 턱 용적은 그 전에 비해 15% 줄었다. 경희대치과대병원 소아치과 최영철 교수팀의 연구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얼굴 길이 대 폭의 비율을 나타내는 얼굴지수가 70년대에는 평균 0.83이었지만 현재는 0.96으로 변했다. 얼굴은 길어지고 턱이 좁아진 것이다.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꼽힌다. 첫째는 단 음식 섭취 증가다. 이재천 원장은 “60~70년대에 비해서 요즘 아이들은 단 음식에 더 노출돼 있다. 케이크·초콜릿·탄산음료 등을 달고 사니 정작 밥은 먹기 싫어한다. 또 질긴 음식은 거의 먹지 않는다. 음식을 씹을 기회가 점점 줄어드니 턱이 좁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하나는 모유 수유가 줄어든 탓이다. 이재천 원장은 “엄마 젖은 아이가 한번 빨면 그 다음부터 별 힘을 들이지 않아도 나온다. 하지만 젖병은 다르다. 한번 물어 입을 오므리고 계속 오물 오물 해야 나온다. 잇몸이 앞으로 나오면서 턱도 좁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덧니와 부정교합이 는다. 서울대치과대병원 소아치과 현홍근 교수는 “동양인의 치아 크기는 서양인 보다 크다. 그런데 이가 날 턱 용적은 서양인에 가까워져 이가 날 자리가 비좁다”고 말했다.

덧니나 부정교합이 늘면 여러 질환이 생긴다. 첫 번째는 충치다. 이제호 교수는 “이가 겹쳐 나다 보니 음식물이 많이 낀다. 칫솔질도 제대로 되지 않아 충치가 많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가 삐딱하게 난 아이는 음식을 씹으면 아프기 때문에 밥을 잘 먹으려 하지 않는다. 소화불량도 생긴다. 이제호 교수는 “대규모 연구 결과 치주질환이 있는 아이는 최종 성장 키가 유의미하게 적었다”고 말했다. 턱도 비정상적으로 발달한다. 현홍근 교수는 “유아기 때는 턱뼈가 급속히 발달하는데, 턱이 좁아 치아가 고르게 나지 않으면 잘 맞물리지 않아 한쪽으로만 씹게 된다. 자극을 받은 쪽만 발달해 양 턱 뼈의 길이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코골이도 생길 수 있다. 현 교수는 “아래 턱 밑이 기도와 연결돼 있다. 턱이 덜 발달하면 기도의 용적도 그만큼 좁아진다”고 말했다. 입으로 숨을 쉬기 힘들어 코를 곤다. 현 교수는 “심하면 수면 중 돌연사까지 생길 수 있다. 주로 초등학교 입학 전후 턱이 좁은 아이에게 잘 생긴다”고 말했다.

대책은 없을까. 이재천 원장은 “이가 나기 시작하는 생후 6개월에는 반드시 치과를 찾아 문제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턱 면적이 넓어 그냥 둬도 이가 잘 자리잡고 났지만, 요즘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 문제가 있으면 턱을 조금씩 늘리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재천 원장은 “생후 36개월까지는 엄마가 아이 잇몸을 늘리는 마사지만 해줘도 이가 날 자리를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 이후가 지나면 교정기를 껴 턱을 늘리는 치료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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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영 기자 jybae@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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