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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상 의원「테러」사건-자작설의 안팎-검찰 측의 수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폭약 등에 지고 본격적인 수사>
검찰은 폭약을 등에 지고 박한상 의원 피습사건의 최후선인 박 의원 자신의 자작설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를 벌이고있다.
지난 6일 경찰이 박 의원 자신의 자작설에 대한 몇 가지 의혹점을 들어 검찰에 보고했을 때 만 해도 검찰에서는 경찰의 수사보고를 놓고 양론이 갈려있었다. 일부에서는 「박 의원의 자작설」을 「가치 있고 새로운 것」이라고 보고 수사해보자는 것이고 일부에서는 아예 일소에 붙여버리자는 것이었다. 서울지검 간부회에서 결론을 못 내린 검찰은 다시 대검 심의회까지 거쳐 검찰수사를 일단 중지시키고 검찰이 직접수사에 나서기로 결정했었다. 이 결정은 「범인조작」때문에 땅에 떨어진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망을 고려하여 「범인조작」을 적발한 검찰이 직접 수사하면 국민들이 믿어 주리라는 추단에서 내려진 것이다.

<확증 없는 수사에 기밀 샐까 걱정도>
그러나 검찰은「수사개시」의 시기는 7월14일로써 끝나는 국회특별조사위원회조사가 끝난 후로 예정했었다. 서울지검의 이봉성 검사장의 말과 같이 경찰이 들고 나온「박 의원 자작설」의「메뉴」는 검찰의 입맛을 돋우고도 남음이 있었다.
그러나 다만 두려운 것은 확증이 하나도 없고 수사는 초보단계부터 더듬어 올라가야 할 판에 이러한 검찰의 기미가 사전에 누설되면 빗발쳐올 비난을 막아낼 아무런 자료를 갖지 못하고 있다는 약점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검찰은 정치적으로도 의의가 있고 수사상으로도 가장 가치가있는 경찰의 「메뉴」가 국회특별조사의원회의 조사가 끝나기까지 감추어지기를 바랐다.

<「수사」다 글렀다 본보보도에 아찔>
지난 8일자 본지에 이와 같은 극비에 붙여진 검찰의 움직임이 보도되자 먼저 당황한 것은 검찰이었다. 검찰이 기대를 걸고있던 「최후의 거점」은 일시에 무너질지도 모르는 것이다.
검찰이 예측한바와 같이 정계에 파문이 일어나 검찰간부들은 본보 기자에게『이제 수사는 다 글렀다』고 입을 모아 힐책했다.
검찰은 이미 사실이 공개된 이상에는 자신의 방위책을 마련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래서 즉일로 새로운 목격자인 황태성(36·동양모자점 외교원)씨를 환문했고 그의 증언을 그의 요구에 따라 녹음했으며 현장검증도 했다.

<긴급 간부회의 검찰태도를 결정>
9일 상오 서울지검은 긴급 간부회의를 열고 국회대책을 논의하여 다음과 같이 검찰의 태도를 결정했다.
①검찰은「박 의원의 자작설에 대한 황태성 증인의 증언을 듣고 이 방향의 수사가 희망적이라고 보고 수사에 착수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한다.
②검찰은 「자작설」을 뒷받침할만한 이유를 박 의원의 주변에서 발견했는데 박 의원이 회장으로 있는 한국인권옹호협회의 사무국장 김약이씨의 모순된 증언. 박 의원과 사전 당일 동행했던 홍순창씨의 증언과 박 의원의 증언에 차이가 있고 박 의원 소속구당에 내분이 있었으며 박 의원이 그날 식사를 했다는 경향식당이 1주일 전부터 예약되어있는 등 박 의원에 짙은 의혹을 품고 있다고 공개한다.
③검찰자체가 얻은 수사자료가 아니고 경찰에서 얻은 자료를 토대로 검찰이 수사하는 이상 국회특위가 경찰에 대한 조사를 할 것이니 미리 경찰에 지시하여 경찰은 모든 책임을 검찰에 넘기도록 한다.

<박수치는 여당에 꾸짖어대는 야당>
검찰의 국회대책은 그대로 「특위」에 반영되었고 여당은 검찰의 수사방향에 박수를 보냈고 야당은 「제2의 조작」이라고 꾸짖었다.
11일 「국회특위」에서의 증언이 끝나자 12일부터 정 검사는, 박 의원과 증인 황태성씨 김약이씨 홍순강씨 등을 불러 자작설을 규명하고있다.
검찰에 이 방향의 수사를 강행하게 한 중요한 증인이며 목격자인 황태성씨는 본사기자와 만났을 때 사건 첫날 이발하고 나오다가 「시카고」다과점 앞길에서 박 의원을 만났다는 사실은 시인했으나 『그때 박 의원이 범인과 비슷한 인상착의를 한 그 청년과 만나고 있었고 인사를 해도 받지 않더라』고 검찰에서 진술했다는 경찰보고는 부인하고 『그때 박 의원에게 인사를 했더니 아이 잘 크느냐고 물은 일까지 있으며 박 의원과 만나고 있던 사람은 약35세 가량 된 회색「싱글」양복을 입은 사람이었다』고 말해 주고있다.
그러나 13일 검찰 수사당국자는 ①황씨가 검찰에서 증언한바 (녹음되어있음)에 의하면 『황씨가 박 의원을 만날 때 박 의원은 약 30세 가량의 청년과 약27, 8세 가량 되는 청년 두 사람과 만나고 있었다』고 되어있다면서 황씨가 본사기자에게 한말을 일축하고있고 ②사건당일 박 의원과 동행했던 홍순창씨의 현장 설명에는 박 의원의 설명과 명백히 다른 점이 있어 아직도 의심이 풀리지 않는다고 주장하고있다.
이봉성 검사장의 말과 갈이 『박 의원 주변에 불투명한 몇 가지점이 있어 자작설에 대한 심증이 굳다』지만 현 단계로는 서울지검 한옥신 차장검사의 말과 같이 『박 의원이 조작했다는 증거도 없고 안 했다는 증거도 없으니 수사를 해봤자 범인은 잡힐 수 없을 것 같다』…이것이 이 사건의 현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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