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구주류 "親盧측이 살생부 작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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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인터넷 살생부' 파문이 심상치 않은 국면으로 흐르고 있다.

우선 민주당 윤리위원회가 이를 공식으로 문제삼고 나섰다. 당 윤리위원장인 이훈평(李訓平)의원은 19일 "살생부로 명예를 훼손 당한 의원들이 윤리위에 조사를 해달라고 구두로 제소해왔다"며 "당 윤리위 차원에서 조사해 살생부의 작성자와 작성 배경 등을 밝혀낼 방침"이라고 말했다.

李의원은 "조사 결과에 따라선 사법처리를 요청하는 방안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당 지도부에 이같은 방침을 보고하겠다고 했다.

20일 오전 열리는 최고위원회의도 심상치 않다.

한화갑(韓和甲)대표 주재로 열리는 이 회의에서 구주류측 인사들은 인터넷 살생부의 문제점을 강도 높게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구주류측 한 인사는 "소속의원들을 행적까지 열거하며 공신과 역적으로 분류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네티즌의 행위로만 볼 수 없다"며 "당내 분란을 야기할 불순한 의도를 가진 인사의 행위로 본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당 일각에선 그동안 신주류측의 인적 청산공세에 시달려온 구주류측 인사들이 살생부 파문을 계기로 반격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한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내에선 살생부를 만들어 유포한 진원지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파견돼 있는 친노(親盧)측 당직자라는 소문이 급속히 유포되기 시작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살생부 작성자의 실체가 떠오르고 있다"면서 "구체적으로 C씨 등이 거론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게 사실이라면 당 개혁방안 등을 놓고 형성된 신.구주류간 갈등에 살생부 파문이 불을 지피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사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신주류측 인사들도 살생부 작성의 문제점을 거론하며 진상을 규명해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열린개혁포럼은 18일 논평에서 "과거에도 정치적 전환기마다 이런 불순한 기도들이 있었다"며 "정치발전의 저해요인들은 명백히 발본색원해 퇴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 정치개혁특위 간사인 천정배(千正培)의원은 "당 외부사람이 작성한 것 같다"면서도 "조사 결과 당원으로 밝혀지면 제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무현 당선자도 살생부를 둘러싼 논란에 우려를 표했다. 盧당선자는 정균환(鄭均桓)민주당 총무에게 "요새 인터넷에 나도는 것에 대해 오해가 없도록 의원들을 이해시켜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에선 20일 열릴 최고위원회의가 살생부 파문의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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