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쓰나미가 집 다 쓸어갔는데 …” 계파 갈등 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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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 지도부가 1일 충남 보령 한화리조트에서 열린 워크숍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박병석 국회부의장, 문희상 비대위원장, 박기춘 원내대표, 김동철·설훈 비대위원. [보령=뉴시스]

최근 매일 한두 차례씩 대통령선거 패배 원인을 찾기 위해 토론회를 열어온 민주통합당이 1일 1박2일 일정으로 끝장토론을 열었다. 그간 주최됐던 토론회 가운데 가장 큰 행사였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어떤 조직이든 주류·비주류 간 갈등이 있을 수 있으나 문제는 계파 자체가 아니라 계파주의”라며 “자기 계파끼리만 뭉쳐 몰려다니면서 다른 계파를 배제한다면 독선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쓰나미가 집을 다 쓸어갔는데 냉장고·TV 챙긴들 무슨 소용이냐”며 “계파 이익을 초월해 하나가 되자”고 호소했다. 차기 당권을 놓고 친노와 비주류 간 물밑에서 갈등 조짐을 보이는 걸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문 위원장의 당부가 끝나자마자 비주류의 공격이 시작됐다. 비노로 분류되는 정대철 고문은 ▶모바일 투표는 보류하거나 치울 것 ▶종북세력과 분명히 선을 긋고 다시는 통합진보당과 선거연대를 하지 말 것 ▶종편 출입금지를 재고할 것을 주장했다. 총선·대선에서 당 대표나 후보를 지낸 사람은 국회의원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도 했다. 총선·대선 때 당 대표였던 친노계 이해찬·한명숙 의원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후보의 의원직까지 내놓아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비대위 공식기구인 대선평가위원장을 맡은 서울대 한상진 명예교수는 미국에 있는 안철수씨와의 전화통화 내용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민주당 대선 평가를 맡은 것을 알려야 할 거 같아 전화했다. 안 교수가 ‘저와 함께 일했다고 한 것 때문에 틀림없이 (평가) 활동을 비틀고 뒤집고 훼손하려는 시도가 있을 거다. 우리나라 정치가 그렇지 않나. 저와 함께 일했다는 거 다 잊고 엄정하고 객관적으로 일해달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그는 “문재인 전 후보의 지도하에 선거캠프가 꾸려졌고 그 과정에서 민주당에 속해 있는 많은 분들이 소외됐고 모멸감을 느꼈다”며 “기득권을 꼭 쥐고 선거 승리를 하겠다는 욕심이 결과적으로 실패를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비주류 황주홍 의원은 “문재인 전 후보는 후보로 선출되고 나서 다음 날 현충원을 방문했을 때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를 가지 않고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만 참배했다”며 “우리는 만족했을지 모르지만 민심은 거기부터 이반됐다”고 주장했다. 비노인 유성엽 의원도 “선거를 주도한 이들은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압박했다.

 친노 의원들은 대부분 침묵을 지켰다. 다만 최민희 의원은 “친노 책임론에 이의 있다. 이번 선거는 친노인 문재인이 신주류인 친문을 구성해서 치른 선거”라며 “모두 친노 책임론을 띄워놓고 각자 져야 할 책임은 회피하는 거 아닌가”라고 물었다. 청년비례대표인 장하나 의원은 “안철수 전 후보처럼 모호한 말로 하면 포퓰리즘과 뭐가 다르냐”며 “선거 승리도 좋지만 중도를 못 끌어 안았다고 이런 얘기(우클릭하자는 얘기)를 하면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가슴에 이름표를 달고 행사장에 입장했다. 행사장 입구 테이블에는 친노 핵심인 ‘이해찬’ ‘한명숙’ ‘문성근’ 이름이 담긴 이름표가 그대로 남겨져 있었다. 나꼼수 멤버로 지난 총선에서 막말 논란을 빚은 김용민 노원갑 지역위원장의 이름표도 보였다.

강인식 기자, 보령=강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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