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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달력 품귀 속 실용화 바람

중앙일보

입력

올 연말 각 가정이나 업소에서 내년도 달력을 구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나마 어렵게 구한 달력도 예년처럼 벽면을 장식할만한 아름다운 모델이나 유명화가의 작품이 그려진 대형 달력이 아니라 대부분 탁상용 또는 아예 그림없이 숫자만 표기된 달력이거나 그림이 있더라도 기업홍보용 사진이 고작이다.

세계적인 경기불황과 미 테러 영향으로 달력과 연하장을 제작하는 인쇄업계는국제통화기금(IMF)위기때보다 더욱 썰렁한 최악의 불경기를 겪으면서 이미 송년 경기는 옛말로 변했다.

예년의 경우 2만부 이상씩 달력 주문을 받아 늦가을부터 눈코뜰새 없이 바쁘게보냈던 부산시 부산진구 부전동 인쇄업체들은 "달력 주문량은 경기의 바로미터"라며"올해의 경우 전체적으로 지난해보다 20-30% 물량이 줄었다"고 말했다.

부전동 S캘린더사는 "IMF 위기 직후인 98년과 99년과 비교해 올해 주문량은 절반에도 못미친다"며 "그나마 주문을 낸 업체들은 소규모 업체가 대부분으로 50부를주문한 곳도 있다"고 한숨을 지었다.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교통 H문화사의 경우 해마다 10월과 11월에 들어오는 달력인쇄 매출이 연간 매출의 20%를 차지했으나 올해는 지난해보다 주문량이 30% 이상줄어 울상을 짓고 있다.

매년 20건 이상의 달력주문을 받아 온 강원도 춘천시 소양로3가 O문화인쇄도 올해는 주문이 2건의 불과하며 인쇄시간을 고려하면 더이상 주문을 없을 것으로 보고있다.

대기업들의 달력 제작 물량도 줄기는 마찬가지. 삼성문화재단을 통해 전 계열사 달력물량을 일괄제작하고 있는 삼성그룹은 내년도 달력을 올해 수준인 100만부로 제한했다.

외환위기 이후 외부 증정용 달력을 만들지 않고 있는 삼성전자도 올해 직원들에게 배포할 5만부만 제작했다.

LG그룹 계열사들도 내년도 달력을 70만부만 제작, 올해의 80만부에 비해 물량을10% 이상 줄였고 현대자동차도 내년도 달력을 올해와 같은 29만부로 제한했으며 현대모비스는 5천부 줄어든 2만부만 제작했다.

선호도가 높은 항공사 달력의 경우 대한항공이 내년도 달력을 올해보다 20% 줄어든 20만부만 제작했고 아시아나항공도 올해의 22만부에서 19만부로 줄였다.

이처럼 제작부수가 줄어든 가운데 달력의 모습도 예년과 크게 달라지고 있다.

한국도자기는 일반 벽걸이용 달력이 아닌 접시용 달력 1만개를 제작해 대리점과고객들에게 나눠주고 있으며 탁상용 달력도 지난해보다 10% 늘린 6천개를 제작했다.

부산 대청동 Y인쇄사는 "예년에는 유명 화가나 사진작가의 작품을 넣고 1장에한달씩 찍는 경우가 많았으나 올해는 비용절감을 위해 기업홍보용 사진이나 가격이싼 그림들로 대체하거나 아예 숫자만 표기된 달력을 주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일부 팬시점과 쇼핑몰, 인터넷 사이트 등에서는 불황을 틈타 벽걸이용 대신 재활용이 가능하거나 컴퓨터를 이용해 무료로 다운받아 사용할 수 있는 컬러 캐릭터달력이나 건강관리법, 식이요법 등 다양한 정보가 함께 들어있는 정보제공형 달력, 거울이 부착된 탁상용 달력 등 각종 아이디어상품 달력도 출시되고 있다.

부산 M캘린더 최철수 과장은 "지역 인쇄업체의 달력인쇄는 지역 중소기업이나소규모 업소에서의 주문량이 대부분"이라며 "중소기업 등의 경우 경기에 민감할 수밖에 없어 달력 주문량 변동이 심하다"고 말했다. (전국종합=연합뉴스)김상현.김인유.남현호.변우열.윤석이.이해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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