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朴당선인, 비공개 회동 언론에 공개되자…버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두 번째 총리 후보자 지명이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박 당선인의 한 측근은 31일 “새로운 총리 후보자 발표가 그리 오래 걸릴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은 이날 오후 4시쯤 황우여 대표, 이한구 원내대표, 서병수 사무총장, 유일호 당선인 비서실장 등 새누리당 지도부와 긴급 회동을 했다. 예정에 없던 회동이어서 전남을 방문하고 있던 황 대표가 일정을 취소하고 급히 상경했다. 참석자들은 대화 내용에 대해 입을 굳게 닫았다. 그러나 당내에선 박 당선인이 황 대표에게 총리 낙점을 통보한 것 아니냐는 소문이 쫙 퍼졌다. 기자들은 황 대표가 지인들과 식사 중이던 여의도의 한 식당으로 몰려갔다. 황 대표는 기자들에게 회동 사실조차 확인해주지 않았다. 그는 대신 “나는 절대 총리 후보가 아니다. 총리가 당쪽 인사가 아닐 가능성은 120%”라는 묘한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떴다.

 또 이날 오후 한때 인수위 주변에선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이 총리로 갈 것이란 루머가 나돌기도 했다. 하지만 진 부위원장도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이날 저녁 늦게, 박 당선인이 비공개 회동이 언론에 새나간 경위를 조사하라고 시켰다는 말이 나오면서 지도부들의 입은 더 굳게 닫혔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이날 아예 귀가하지 않고 모처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는 “당선인이 총리 얘기보단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청문회 제도 개선 등에 대한 여당의 협조를 당부했을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새 총리 후보자 인선과 관련해 박 당선인의 한 핵심 측근은 이날 “당선인이 이미 총리 후보로 염두에 두는 인물이 있는 것 같다. 다만 검증이 완료될 때까지 기다리는 중으로 봐야 한다”고 전했다. 기본적인 사항조차 확인하지 않아 중도 사퇴한 김용준 총리 후보자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꼼꼼한 검증을 거치고 있다는 얘기다.

 현재 당 밖 총리 후보론 김승규 전 국정원장 카드가 거론되고 있다. 검찰 간부 출신으로 원만한 성품인 김 전 원장은 노무현 정부 출신이라 국민 대통합 카드로 박 당선인 측에서 총리 후보로 꾸준히 검토해왔다. 이밖에 정갑영 연세대 총장, 전윤철 전 감사원장, 진념 전 경제부총리 등도 1차 인선 때부터 후보군에 속해 있던 당외 인사 카드들이다. 1차 인선 때의 유력한 총리 후보군이었던 김능환 선관위원장, 조무제 전 대법관, 목영준 전 헌법재판관, 이강국 전 헌법재판소장 등 당 바깥의 대법관·헌법재판관들은 다소 가능성이 줄어들고 있는 분위기다. 이미 김 위원장은 공개적으로 “대법관 출신이 또 다른 조직에서 직책을 맡을 순 없다”며 고사한 상태고, 조 전 대법관도 총리직에 난색을 표시했다고 한다. 다른 후보자들도 대법관·헌법재판관을 지낸 인사가 행정부로 가는 것은 3권 분립 정신에 위반된다는 비판 여론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다만 당외 인사는 김용준 전 후보자의 경우처럼 예기치 못했던 돌발 변수가 터질 위험부담이 있다. 때문에 박 당선인이 평소 호흡을 맞춰온 주변 인사들을 물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부상하는 인사가 한광옥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국민대통합위원장과 김진선 대통령취임준비위원 등이다. 하지만 한 위원장은 기자와 통화에서 “왜 내가 총리에 거론되나. 총리 자리에는 전혀 관심 없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강원지사를 세 번이나 지내 행정 경험이 풍부하다는 게 장점이다. 이달 초 미국에 건너갔다가 지난달 30일 귀국한 안대희 전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회 위원장의 발탁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박 당선인이 총리 인선과는 별도로 금명간 대통령 비서실장을 발표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날 황우여 대표 등 지도부는 박 당선인에게 “총리 인선이 지연되고 있는 만큼 비서실장 인선을 서두르는 게 좋겠다”는 건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박 당선인이 결심하면 이르면 1일에도 비서실장 인선이 발표될 가능성도 있다.

 비서실장 후보로는 권영세 전 선대위 상황실장, 최외출 전 선대위 기획조정특보 등과 함께 최경환·유정복 의원과 이정현 당선인 정무팀장 등이 거명되고 있다. 진영 부위원장이 총리로 가지 않을 경우 비서실장에 낙점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김정하·김경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