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안보로 접근해야 … 양돈농가부터 어미돼지 줄일 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돼지는 ‘제2의 식량’입니다. 단순한 먹거리가 아닌 식량 안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돼지 농가를 대표하는 이병모(56·사진) 한돈자조금관리위원장은 “현재 돼지 한 마리당 농가가 받는 도매 가격이 생산비의 70%정도밖에 안 된다”며 “지금 돼지 농가는 말 그대로 빈사 상태”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구제역 파동 당시 돼지 가격을 내리기 위해 무관세 수입도 모자라 수입 물량에 대해 항공료까지 지원했던 정부가 돼지 가격 안정화에는 손을 놓고 있다” 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정부에 올해 책정된 사료구매자금 1700억원 중 50%라도 양돈 농가에 우선 지원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원산지표시 단속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수입된 돼지고기가 무려 27만t에 이른다”며 “정부가 국내산 둔갑 판매로 부당이득을 취하는 업자들을 엄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돈업계의 자구책에 대해 이 위원장은 “우선 적정 사육 마릿수 유지를 위해 5월까지 어미돼지를 5만 마리 감축하고, 돼지 출하 체중도 115㎏에서 110㎏으로 줄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런 자구책을 지키지 않는 농가들은 정책자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조치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질적인 ‘삼겹살 선호’ 풍토도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우리 국민들은 무조건 삼겹살을 찾지만 외국에서는 앞다리살이나 뒷다리살로 만드는 햄 부위를 많이 소비한다”고 말했다. ‘구이문화’에서 ‘삶는 문화’로 돼지고기 소비 패턴을 바꾸는 게 가격 안정화뿐 아니라 국민 건강에도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돼지는 단순한 육류가 아닌 ‘식량 안보 차원’에서 정책이 펼쳐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양돈 농가가 문을 닫는다면 결국 수입에 의존해야 한다”며 “돼지 가격 안정화를 위해 대형마트 할인 판매 행사·호소문 전달·설 선물 캠페인 등 전방위적 대책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김영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