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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사장님 창업도 다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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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캐릭터 디자이너로 활약하던 김연경(28)씨는 지난해 말 회사를 그만두고 갖가지 모양을 본떠 만드는 초콜릿 가게를 최근 차렸다.

평소 과자 만드는 것을 좋아해 틈틈이 베이커리 학원을 다녔던 김씨는 회사 일로 일본에 갔다가 캐릭터 전문점이 잘 되는 것을 보고 이 사업을 하게 됐다.

그는 학원에서 만난 일본인 기술자에게 손으로 초콜릿을 빚는 기술을 배웠다. 그가 만드는 초콜릿은 눈사람.통나무집.오리 모양이어서 고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김씨는 "특징 있는 디자인을 좋아하는 20대 전후의 젊은층을 겨냥했다"며 "일곱평 규모의 작은 가게에서 하루 평균 30만원 가량의 매출을 올려 회사 다니는 것보다 훨씬 돈을 많이 벌고 있다"고 자랑했다. 그가 가게를 차리는 데 들인 돈은 1억원 가량. 3년 동안 회사를 다니며 모은 데에다, 집에서 마련해준 전셋집을 월세로 바꿔 남은 돈을 보탰다.

대학 전공과 직장생활 경험을 접목해 개인사업을 하거나 대학 전공과는 관계없이 자신의 관심 분야에서 창업을 하는 젊은이들이 적지 않다.

토목공학과를 나와 지하철 전문 설계업체에서 5년 동안 일한 조병선씨가 고른 창업아이템은 전공과는 한참 거리가 있다. 동그란 모양 일색인 컴팩트디스크(CD)를 하트나 별 등의 모양으로 만들어 그 CD에 고객이 원하는 사진을 넣어주는 가게를 인천에 열었다.

사람이 서넛 들어가면 꽉 차는 2.5평 규모의 가게에는 사진을 찍는 스튜디오와 디지털 카메라 한대가 있다. 자신이 원하는 사진을 넣은 다양한 모양의 CD를 만들어 주는데 장당 1만원을 받는다.

그는 "토목 관련 자격증이 여러개 있어, 설계하는 일은 나이가 들어서도 할 수 있다"며 "나중에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우선 돈을 버는 일이 더 중요했다"고 솔직하게 창업 배경을 설명했다.

비디오 테이프를 인터넷으로 주문받아 빌려 주는 사업을 하는 박영준(33)씨는 경영학과를 나와 바로 창업했다. 처음에는 전화나 우편으로 광고 홍보물을 보내는 사업을 하다 거기서 쌓은 노하우로 아이디어를 내 이 사업을 하고 있다.

차량을 이용해 주문받은 비디오 테이프를 배달한 다음 약속한 날에 찾아가 고객들이 직접 빌려가거나 되돌려주는 일을 없앤 것이다. 빌려주는 가격도 일반 대여점과 비슷하다. 박씨는 "주문하면 20분 안에 테이프를 갖다 준다"며 "다만 수도권 등 일부 지역만 서비스하고 있어 전국 배달망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천안에서 얼굴 사진을 다양한 캐릭터 만화 형태로 만들어주는 사업을 하고 있는 최창원(39)씨의 대학 전공은 생물학이다.

그러나 그의 이력은 전혀 다른 방향이다. 대학 졸업 후 농촌진흥청에 근무하다 몇달 만에 그만둔 최씨는 출판영업을 통해 영업력을 기른 다음 민속주 도매업으로 돈을 꽤 벌었다.

그가 디지털 카메라로 찍힌 얼굴사진을 고객이 원하는 모양의 캐릭터로 바꿔 이를 양말.스티커.명함에 찍어주는 사업을 하게 된 것은 캐릭터 디자이너 겸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하는 친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최씨는 "영업에는 자신이 붙어 있었는데 친구들이 갖고 있는 특기를 어떻게 하면 사업으로 연결할 수 있을까 궁리 끝에 이 사업을 하게 됐다"며 "'즉석 개인 캐릭터'사업은 팬시 제품과 연결하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컴퓨터▶캐릭터를 선택하는 소프트웨어▶섬유제품에 캐릭터를 찍어내는 전사기 등을 갖추는데 1천만원이 들었다고 했다.

이경희 창업전략연구소 소장은 "개인사업에 대한 젊은층의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며 "당장 돈을 벌겠다는 자세보다는 시간이 지날수록 전문성을 갖출 수 있는 분야를 창업 아이템으로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충고했다.

고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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