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심에 편승하는 얌체」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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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버스」에 올라타면 우리같이 인천에서부터 시달려 온 통학생에겐 또다시 양심과의 투쟁으로 심신을 괴롭혀야한다. 애초부터 자리에 앉을 생각은 하지도 않지만 어쩌다가 재수가 좋아 엉덩이를 들이밀게 되는 때에는 꼭 「얌체」가 나타난다.
늙지도 않은 부인네가 허리를 잔뜩 구부리고 사람을 헤치며 당연히 앉아야만할것처럼 우리 앞을 찾아와서는 일어나기를 재촉하는 눈치다.
이때에는 일어나 줄까, 말까하는 양심과 이기의 투쟁 끝에, 아니 그 눈초리를 피할 길이 없어 무릎 위에 산같이 쌓아 올려놓은 책가방을 하나 하나 들어내고 일어나게 마련인데, 앉으면서 고맙다는 치사는커녕 가방 하나쯤 받아줄 생각도 않고 창밖을 내다보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괜히 일어나 주었다는 생각과 함께 마음속으로 「얌체다」를 연발하는 것이다. 뭐, 자리하나 내준게 아까와서가 아니고 또 고맙다는 소리 한번 듣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런 얌체족의 얄미운 행동 하나로 하루종일 께름칙한게 비위가 상하고 부애가 끓는 때문이다. <김광호·대학생·인천시 만석동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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