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열 “무용담 많이 만들어야 훌륭한 임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임원, ‘기업의 별’이라 불리는 자리다. 올해도 연초 인사로 회사마다 새 별들이 여럿 떴다. 구자열(60·사진) LS그룹 회장이 이들을 위해 ‘임원론’을 펼쳤다.

29일 그룹 연수원에서 신임 임원과 저녁을 하면서다. 구 회장은 “무용담을 많이 만드는 임원이 훌륭한 임원”이라고 말했다. 그는 “임원은 임시직이라는 말이 있다”며 “그러나 거꾸로 생각하면 제대로 된 경영자의 길을 개척하는 자리”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재임 기간 동안 눈에 보이는 성과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통해 풍부한 성공담을 많이 남겨야 한다”며 “그래야 훌륭한 선배이자 뛰어난 경영자로 기억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재계에서 손꼽는 구 회장의 성공 무용담은 수주 없이 공장부터 지은 해저케이블 사업이다. 2008년 4월 구 회장은 사내 반대를 무릅쓰고 강원도 동해에 해저케이블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당시 이 분야는 세계 전선업계 1, 2위인 이탈리아 프리즈미안과 프랑스 넥상스가 독점하고 있었다.

그룹 관계자는 “해저케이블 시장에 들어가지 못하면 해외 시장에서 경쟁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나온 결정이라, 회사 안팎에서 걱정이 많았다”고 말했다.

결국 이듬해 LS전선은 제주~진도 해저케이블 사업을 따냈고, 동해 공장은 결정적 역할을 했다. ‘국내용’이란 비아냥도 있었다. 그러나 LS는 지난해 카타르에서 4억3500만 달러(약 4720억원) 규모의 케이블 공사를 수주했다.

 구 회장이 강조한 임원의 두 번째 자질은 호기심이다. 그는 “나이가 들수록 호기심을 더 많이 가져야 임원으로서 역량도 계속 커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과거와 다른 리더십이 요구되는 시대”라며 “함께 일하는 직원을 계속 생각하게 하고, 말하게 하고 이를 열심히 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또 “상사 욕하면서 배우지 말고 스스로 시대에 맞게 리더십을 바꿔라”는 조언도 했다.

 세 번째는 협력(파트너십)이다. 자전거로 알프스 산을 오르기도 했던 자전거광인 그는 “자전거를 혼자 타면 자신과의 싸움을 통한 성취감을 얻을 수 있으나 파트너와 함께하면 더 오래 멀리 갈 수 있고, 기록은 덩달아 향상된다”고 말했다. 그룹 내 LS전선과 가온전선의 연구개발 협력을 구체적으로 거명하기도 했다. 이공계 출신이 많은 그룹 특성을 감안해 경영학 공부를 하라는 조언도 했다. 그는 “경영학은 곧 사람을 다루는 것에 대한 학습”이라고 정의했다.

김영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